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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와 책/출판 그 후

글쓰기는 현대인의 권리이자 의무

 

 

올해 출판시장에서 이채로운 현상은 글쓰기 관련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년에 비해 출간 종수도 늘었을 뿐만 아니라 판매실적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4년 2월에 출간된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는 출간 두 달 만에 28쇄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연설문과 글쓰기 철학을 살펴 볼 수 있는 이 책은 글쓰는 사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4월에 토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힘있는 글쓰기>는 1981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 된 것으로 독자들에게 실용적인 글쓰기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초보자들에게 호응을 받으면서 출간초기부터 글쓰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글쓰기 책이 2~3개월 사이를 두고 빠른 판매고를 보이면서 다른 출판사에서도 속속 관련 책을 출간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사실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출판시장에서는 독서 에세이 분야가 주류였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였다.

 그래서 소위 “지식인의 서재”처럼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이나 그들이 전하는 지식과 정보를 독자와 공유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장정일의 <빌린 책, 산책, 버린 책>,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글쓰기의 전략>이나 <유혹하는 글쓰기>,<논문 잘 쓰는 법>처럼 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글쓰기는 독서의 하위구조로 받아들여졌고 특정 소수의 사람만이 누리는 전문화된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올해 글쓰기 책이 독자들에게 갑자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지고 SNS가 확산되면서 글쓰기의 대중화가 이뤄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전에도 블로그로 대표되는 온라인 글쓰기가 화제가 되긴 했었지만 IT 기술의 빠른 발전만큼이나 그것을 수용하는 대중들의 기호도 급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문자 메시지를 비롯해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여러 모바일 플랫폼에서 글을 읽고 쓰기를 반복한다. 

글쓰기는 전문 작가나 지식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글을 쓰고 수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이제 글쓰기는 일상화 되었고 대중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갈구하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도구가 되면서 그 중요성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확한 의사전달, 객관성, 진정성, 설득력, 감동과 즐거움 등 글에 담겨야 할 여러 요소들을 생각해보면 글쓰기 책을 왜 독자들이 찾는지를 알 수 있다.

2014년부터 고등학교 정규과목에 논술이 적용되면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글쓰기 수요는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논술시장을 두고 교육계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가지만 비단 입시를 위한 논술이 아니라 교양으로서의 글쓰기 교육이 학교현장에서 필요하다.

스마트 환경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2030세대에게는 소통의 글쓰기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능동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만큼 글쓰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또한 4,50대 중장년층의 사회적 글쓰기도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고 시니어 세대로 갈수록 회고적 글쓰기에 대한 수요가 큰 편이다.

최근 아카넷에서 출간한 <글쓰기는 주제다>가 눈에 띈다.

저자 남영신은 1998년 국어문화운동본부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국어문화운동을 펼쳐 온 대표적인 시민 국어학자이다.

그가 2002년에 낸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는 2만여 권 이상 판매되었고 지금까지 글쓰기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글쓰기는 주제다>는 복잡한 맞춤법이나 형식에 얽매여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핵심은 주제화와 뒷받침 문장이며 누구나 쉽고 좋은 글을 쓸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책의 본문과 신문사설을 예문으로 들면서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더 나아가 독자들이 연습문제로 쓴 글을 메일로 보내면 저자가 직접 글을 지도해주는 친절함이 돋보인다.


논술 공부하는 학생, 자기소개서, 강의리포트, 논문을 써야하는 대학생, 보고서, 기획서 작성하는 직장인, 주부, 은퇴자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유용할 실용 글쓰기 책이다.

글쓰기를 또 하나의 국어문화운동으로 풀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는 이 책의 부록에 잘 나타나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동그라미 글쓰기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전국 어디든 일정 인원이 모여 글쓰기 모둠을 만들고자 한다면 국어문화운동본부 홈페이지(http://www.barunmal.com) 들어와 강좌신청을 하면 된다. 

이 책 외에도 알마에서 나온 <고종석의 문장>도 관심이 가는 책이다.

숭실대학교에서 있었던 강의를 토대로 펴 낸 책인데 저자는 글쓰기에 앞서 교양지식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글쓰기 책들이 출간되면서 글쓰기 영역이 보다 풍성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 시장의 호황에 편승한 수준 이하의 글쓰기 지도서도 많으니 좋은 책을 선별하는 독자들의 혜안이 필요하리라 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이처럼 사회적 행위라는 점에서 지금의 글쓰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반가울 수 밖 에 없다.

"현대인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권한과 책임에 부응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민주사회에서는 몇명의 천재나 소수의 지도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지도자로 하여금 자신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도록 요구하고 감시하며 견제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모든 단위의 사회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글쓰기는 현대인이 참여를 통한 권한과 책임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는데 사용 할 수 있는 가장 품위 있는 연장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글쓰기를 해야한다. 글쓰기는 현대인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남영신 <글쓰기는 주제다> 中에서 

 

 출처 : 인사이트 (http://www.insight.co.kr)    글쓴이 : 천정한 (출판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