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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알렙 책 소개

쉿! 갯벌의 비밀을 들려줄게



땅이 되어라, 얍! 바다가 되어라, 얍!

달과 지구가 요술을 부린다고?

갯벌, 도대체 정체가 뭐니?


《쉿! 갯벌의 비밀을 들려줄게》는 밀물 때면 바다가 되었다가 썰물 때면 땅이 되는 갯벌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지식정보책으로, 노경수 동화작가와 남현우 환경위원회 소속 변호사가 수년간 갯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땅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하는 갯벌을 달과 지구가 요술을 부리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달과 지구의 인력으로 밀물과 썰물이 이는 현상을 달과 지구가 힘겨루기하며 땅이 되어라, 얍! 바다가 되어라, 얍! 요술을 부린다고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갯벌에 가면 제일 먼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합니다. 쉿! 하고 귀를 기울이면 뽀글뽀글 쫄딱쫄딱 게와 조개들이 내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힐 거라고요. 또, 꼬불꼬불 뱅그르르……. 민챙이, 댕가리, 고둥은 너른 갯벌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소개합니다.

자칫 딱딱하기 쉬운 정보책이지만 동화작가의 마음이 담긴 글과 환경 운동에 앞장서 온 변호사의 렌즈에 담긴 사진으로 갯벌은 작은 우주가 끝없이 펼쳐진 매력적인 공간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옵니다. 

갯벌 친구들의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갯벌이 만들어 놓은 모래 언덕과 그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염생 식물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갯벌에 살고 있는 엽낭게, 달랑게가 먹이를 먹고 뱉어 놓은 모래 구슬이 바람에 제일 먼저 날려 해안가에 만들어진 모래 언덕은 갯벌과 모래를 주고받으며 5,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라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두리 사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언덕으로 손꼽히며 천연기념물 제 431호로도 지정되어 있지요. 

그저 모래가 쌓여 있는 곳이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는 모래 언덕이 폭풍이나 해일 같은 자연 재해 때 자연 방파제 역할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짠 바닷물을 걸러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을 되짚어 주고 있습니다. 

갯벌에 사는 생물들의 속삭임과 갯벌과 모래 언덕의 긴밀한 대화까지 엿듣고 나면 한번쯤 갯벌에 가 보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갯벌의 매력에 쏙 빠지게 됩니다.

강화도에서 순천만까지 저자들이 직접 탐사한 갯벌에 대한 정보와 갯벌 생태계, 갯살림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정보 페이지도 빼놓지 않았고, 우리 시대 대표적인 통섭학자이자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최재천 교수가 꼼꼼하게 감수해 신뢰성 높였습니다. 


■ 책 속으로

펄 갯벌에 가면 조용히 귀 기울여 봐. 칠게와 농게, 짱뚱어와 민챙이 등이 살고 있는데, 게들은 게들대로, 민챙이는 민챙이대로, 뽀글뽀글 쫄딱쫄딱 소리를 내.

가랑비 오는 날 추녀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같기도 하고, 엄마가 딸기잼을 만들 때 뽀글뽀글 잼이 끓는 소리 같기도 하지.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또록또록 연못 위로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말이야.

특히 햇살이 내리쬘 때면 갯벌 표면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데,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야! 호수 위에 햇살이 내리쬐면 반짝거리는 것처럼 펄 갯벌도 햇빛을 받으면 어찌나 반짝거리는지, 멀리서 보면 갯벌인지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란다.

펄 갯벌에는 크고 작은 갯골이 있는데, 작은 갯골이 모여 이루는 무늬는 어떤 모형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 같기도 해. 어쩌면 바다가 쓰는 글인지도 몰라.

바다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게 아닐까?

-본문 27~29페이지


갯골이 그리는 완만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멋진 풍경을 보면 사람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지만, 순천만에 가면 그림 같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우린 갯벌에 그렇게 아름다운 선들을 그릴 수 없거든. 게다가 붉게 물든 칠면초 군락과 갈대꽃이 뿜어내는 조화로운 색깔에 하늘빛까지 어우러지면,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란다. 

순천만이 하나의 그림이라면 그 그림은 갯벌에 있는 생명 하나하나가 모두 모여 색칠한 거야. 

-본문 176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