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천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 신을 만나러 가는 길

무속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
<문무병의 제주 신화 이야기> 1, 2권
-----------------------------------------------------------------------


신화의 세계를 신길을 닦는 과정으로 본다면,
태초에 세상이 창조되던 왁왁한 어둠을 헤치는 창세의 다리인
천지왕다리를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지왕이 길을 트면, 삼시왕 무조 젯부기 삼형제가 삼천천제석궁 깊은 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고,
어주에삼녹거리에 신전집을 지어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모셔와
악기의 신 너사무너 도령이 어머니를 모시고
연물을 치며 굿법을 열었던 초공 신길인 초공다리를 놓고,
서천꽃밭의 생명꽃, 번성꽃, 환생꽃을 따다가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이공 꽃길인 이공다리를 놓고,
삼공 가믄장아기가 아버지 강이영성과 어머니 홍은소천을 찾으려고
100일 봉사 잔치를 하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던 삼공 전상길인 전상다리를 놓고,
차례로 신의 세계를 열어가 불도땅에서 아기들을 키워주는 삼싱할망다리,
칠원성군다리, 구할망다리, 심방집 당주다리, 사가집 시왕다리, 요왕다리, 곱은멩두다리 등
모든 신길을 다 닦고 다리를 놓는다.

이것이 신화 본풀이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신나락 만나락 하는(신명나는) ’,
신화의 세계,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 《두 하늘 이야기》 중에서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 간략 소개
  
제주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라고, 제주에서 배우고, 제주에게 배운 것이 삶의 전부인 사람, 그것을 오롯이 제주에 돌려주는 게 평생의 업인 사람, 제주신화연구소 문무병 소장이다. 그는 제주의 속살을 알려면 제주의 신화를 알아야 하는데, 제주 신화의 심오한 세계에 들어가는 올레의 첫 길이 제주 무속에 대한 이해라고 한다.
신화는 과거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만들어지고 있고, 미래에도 만들어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신화의 향기에 제대로 취하기 위해서는 무속 신앙(큰굿, 본풀이)과의 연계점을 찾으면 더욱 수월하다. 이 책은 제주 신화 이야기가 깃든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제주 신화 이야기의 원형과 구연 양상을 샅샅이 탐색해 온 책이다. 무속의 현장에서 방금 잡은 물고기처럼 팔팔하게 살아 숨 쉬는 제주 신화와 그 신화를 둘러싼 담론을 담은 책이다.


■ 출판사 서평


제주의 뿌리,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으로 풀고 담론으로 읽다!    

제주 민속과 신화의 산증인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문무병 소장은 지난 40여 년간 제주의 민속과 신화를 연구해 온 학자이다. 특히 제주의 큰굿 자료를 중심으로 제주 지역 곳곳의 신당과 본풀이, 그리고 무속 신앙 의례를 빠짐없이 정리하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배경은 제주 신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다. 제주의 신화는 제주의 무속신앙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구송으로 전해지던 신화는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진다. 기껏해야 지명이나 명소의 이름의 뒷이야기 정도로나 남을 뿐이다. 하지만 구연이 아니라 채록이 되면 위대한 기록 문화로 재탄생하게 된다. 제주 신화는 변방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탓에 오랫동안 채록마저 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문무병 소장을 비롯한 소수의 지역 학자들에 의해 기록·정리하는 작업이 우선이었다면, 이제 해석·의미화를 거쳐 담론화로 나아갈 차례가 되었다.
문무병 소장이 새로 쓰는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은, 제주의 뿌리이자 정신인 신화를 신본풀이를 중심으로 풀고 담론으로 읽어내는 기획이다. 제주 신화는 심방(무속인)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내용이자, 당굿이나 조상굿을 할 때에 구연된다. 이 신화는 그저 텍스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복·축원·주술·치료의 의미가 함께하는, 다시 말해 제주인의 삶과 밀접하게 함께해온 종교이자 문화이자 풍속이었다.
 
 
 

무속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
 
문무병 소장이 전하는 제주 신화 이야기는, 무속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다. 그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이고, 미래에 더 풍성해질 이야기다. 따라서 문무병 소장은 지금이야말로 제주 신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신화라는 서사가 가진 다양하고 거대한 힘과, 제주 사람들이 상상하고 꿈꾸던 세계, 그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발루는(닦는) 길이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제주 신화를 제주의 무속·본풀이와의 연계점에서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몇 가지 특장점을 가진다. 우선, 신화의 세계는 신의 길을 닦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과 신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신이 사는 하늘로 올라가는 신줄을 타고, 신화 본풀이(내력)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그리하여 결국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심방의 굿(주로 큰굿)의 순서에서 제의절차로 재현된다. 따라서 그 제의 절차(형식)의 특성을 알지 못하고서는, 신의 내력(신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두 권의 책은 이처럼 제주 신화가 이야기되는 환경과 조건에서 제주 신화의 특성을 찾아나서고 있다.
둘째, 심방들의 구연에서 그 현재성을 찾을 수 있다. 큰심방들은 세습무와 같이 대대로 학습 및 유전되어 오는데, 그들의 굿에서의 역할은 그저 전통을 이어가는 데만 있지 않다. 심방들에 의해 구연되는 신화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인이 될 수도 있고(갑자기 미스 춘향이 등장한다), 미래의 제주인으로 상상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제주 신화들을 다룬 텍스트가 소설이나 동화처럼 스토리라인 중심으로 정리돼 왔다면, 문무병의 제주 신화 이야기는 본풀이 중심으로 정리해 온 점에서 이와 같은 현대적 맥락을 갖는다. 본풀이 하는 심방(과거)이 굿에 참관하는 사람(현재)과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제주인이 상상하는 신화의 세계(미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 미래란 이상세계일 수도, 현실의 구복이나 축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셋째, 신화의 내용은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가지를 뻗고 꽃을 가꾸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심방들이 구연하는 굿의 사설은 텍스트화되어 있지 않았기에, 심방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욱 풍성해진 내용들이 담겨지게 되었다. 임진왜란의 내용이 불쑥 들어가는가 하면, 중국 사서나 한국의 옛 기록들에 등장하는 고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내용들은 심방들이 덧붙인 것들이다. 이러한 특징은 구전의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만일 이러한 방식적인 특성을 빼고 제주 신화를 이야기한다면, 다소 앙상해질 것이다.
 
 

무속 본풀이에 제주인의 상상이 더해진 신화 담론집
 
이번에 함께 출간되는 문무병 소장의 설문대할망 손가락두 하늘 이야기는 제주인의 정신적 뿌리인 신화 이야기에, 제주인의 등줄기라는 무속의 본풀이, 여기에 제주인의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신화 담론집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번 두 책에서 신화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더해지고 재구성되고 있다는 관점에 따라, 스토리텔링 방식을 새롭게 신화를 제시해 보려 하였다.
20세기 이후 신화 연구의 큰 특징은 민족학의 비중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신화 연구는 고전 학자의 손에서 원전 텍스트 해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학자로부터 실증적으로 조사되고 자료로 정리되어 그로부터 도출된 결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화는 모든 문화의 요소이며, 끊임없이 신생한다.”(말리노브스키)는 말처럼, 신화는 텍스트가 아니라 삶의 곳곳에 있다. 문무병 소장이 민속학에서 출발하여 신화에 이른 방식이 의미 있게 작용할 터이다.



제주 신화 연구가이자 민속학자 문무병이
새로 쓰는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 


2권 <두 하늘 이야기>


<두 하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았던 두 종류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생을 신을 위해 살았던 심방이 죽어서 가는 저승과 사람으로 태어나 살다가 죽으면 저승차사가 데려가는 저승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저승. 심방의 저승 ‘삼시왕’ 삼천천제석궁과 인간의 저승 ‘열시왕’ 이야기이다.


신화의 세계를 신길을 닦는 과정으로 본다면, 태초에 세상이 창조되던 왁왁한 어둠을 헤치는 창세의 다리인 천지왕다리를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지왕이 길을 트면, 삼시왕 무조 젯부기 삼형제가 삼천천제석궁 깊은 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고, 어주에삼녹거리에 신전집을 지어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모셔와 악기의 신 너사무너 도령이 어머니를 모시고 연물을 치며 굿법을 열었던 ‘초공 신길’인 초공다리를 놓고, 서천꽃밭의 생명꽃, 번성꽃, 환생꽃을 따다가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이공 꽃길’인 이공다리를 놓고, 삼공 가믄장아기가 아버지 강이영성과 어머니 홍은소천을 찾으려고 100일 봉사 잔치를 하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던 ‘삼공 전상길’인 전상다리를 놓고, 차례로 신의 세계를 열어가 불도땅에서 아기들을 키워주는 삼싱할망다리, 칠원성군다리, 구할망다리, 심방집 당주다리, 사가집 시왕다리, 요왕다리, 곱은멩두다리 등 모든 신길을 다 닦고 다리를 놓는다. 이것이 신화 본풀이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신나락 만나락 하는(신명나는) 일’, 신화의 세계,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 저자 소개


문무병
1993년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어 교사와 제주교육박물관 연구사 등으로 재직했다. 부산대학교 예술대학에서 15년간 민속학 강의를 했다. 제주 4·3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신화연구소 소장,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민족미학연구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속신화(1999), 제주도 큰굿 자료집(2001), 제주의 민속극(2003),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2004), 제주도 본향당 신앙 과 본풀이(2008),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공저, 2017) 등이 있다.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주의 신당은 마을 수호신인 토주관(土主官)을 모시고 있으며 설촌(設村)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본향당을 중심으로, 아이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도록 돌봐주는 일뤠당,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여드렛당, 사냥하던 사람들이 다니던 신산당, 해녀와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바다밭을 지켜주는 돈짓당(갯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미 넘치는 각양각색의 신들은 우리가 몰랐던 제주 사람들의 예민한 종교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는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척박한 환경에 맞서오면서 필사적으로 기댈 곳을 찾았던, 그래서 "나무 하나 돌 하나에서도 신성(神聖)을 느끼고 숭배하며 힘과 위안을 얻고자 했던" 제주민들의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 연합뉴스 기사 중에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17/0200000000AKR20171017001600005.HTML?input=1195m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하나만 사랑해! 아니, 그건 솔직한 사랑이 아니야.
사실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니까.

비독점적 사랑, 국내 폴리아모리들에 관한 심층 탐사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
-----------------------------------------------------------------------


어차피 우리는 사랑하고 있고, 사랑하게 되어 있다.
올바른 사랑을 찾으려 형이상학을 맴도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에게 마주한 강렬함을 그 자체로 기쁘게 사랑하자.
이 책에 나온 폴리아모리 형태나 사례들이
역으로 스스로를 구속한다고 여겨진다면
모두 잊어버려도 좋다.
중요한 것은 삶의 현장이지
지면이 한정된 책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디 이 책이 우리를 더 자유롭고 기쁘게 만드는
사랑의 영토가 되기를 바란다.”
-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 중에서

▶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 자세히 보기 (강력 추천)
http://aladin.kr/p/Co8Dp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알렙씨입니다.


올해가 가는 게 아쉽고, 내년이 오는 게 속상해,

2016 알렙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사이즈가 딱 엽서 크기인데요.

딱 탁상 위에 붙여놓고 보기 편한 달력입니다. 그리고 달이 바뀌면, 그 달치를 <엽서>로 써서 부치면 되죠^^


아래에 몇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요.


혹 이미지를 옮기실 때에는


Copyright ©2015 by Alephbook Co.  
Illustrations copyright ©2015 by Choi Sun Young. 


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리고 이 달력/엽서를 구하는 방법은, 인터넷서점에서 알렙 책을 하나라도 사면 적립금 5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이벤트를 이용하시면 되지요.^^

* 즉, 서점 이벤트 사은품으로 만들었는데요.


* 블로그 이웃께는 어떻게 보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 보겠습니다.^^


* 이 멋진 그림은 이치은 신작소설 <키브라, 기억의 원점>과 배이유 소설 <퍼즐 위의 새>의 삽화로 실린 그림으로, 일러스트 작가 최선영 씨가 그린 것입니다.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신간 소개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을 추었다


 

김성덕 외 지음|148쪽|10,000원

2015년 4월 25일|ISBN 978-89-97779-49-9 03810


분야 : 문학 > 한국문학 > 한국 시


 


성심원 노(老)시인들이 들려주는 삶과 시

한센병과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성심원(경남 산청)의 어르신들이

시 모임 1년 동안 쓴 시를 모은 시집


책 소개

시 치유 모임 1년, 한센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시집 출간



2014년 2월부터,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 사시는 분들 몇 명이 모여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 문학교수의 도움으로, 아래로는 57세에서 위로는 90세에 이르는 최고령 시 모임이 만들어졌다. 손이 불편하신 분들은 구술로도 시를 썼고,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분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썼다.

오랜 투병 끝에 남은 크고 작은 장애와 상처를 가지신 이들은, 살아온 자기 생을 소박하고 작은 시에 담았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가파른 삶을 살아오신 이분들의 역사는 ‘시’라는 삶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성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인문도시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시 모임은 활기를 띠었고, 1년이 경과하는 동안 80여 편의 시가 넘게 모였다. 201410월에는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으로 <2014 인문도시지원사업> 인문축제 때 25여 편의 시를 그림과 함께 엮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더욱 많은 이들이 후원의 마음을 담아, 이분들의 시와 삶의 구술을 엮어 책으로 담게 되었다.


성심원(경남 산청군)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센인들이 ‘시 치유 모임’을 통해 쓴 시들을 엮어낸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를 통한 마음의 치유를 위해 시작한 ‘시 모임’은 1년이 넘게 김성리(인제대) 교수가 이끌어 오고 있으며, 10여 분의 한센인들이 함께 해왔다. 어떤 이들은 구술로, 어떤 이들은 육필로 시를 썼고, 시 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다시 고쳐 쓰면서 완성해 왔다. 이번에 낸 시집에 수록된 시는 모두 42편으로, 9분의 시를 모은 것이다.


김성리 교수는 『꽃보다 붉은 울음』이란 책을 통해, 한 한센인 할머니의 생애를 구술과 시로 정리한 바 있다. 이 책에서, 할머니의 시 쓰기를 도우면서 생애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가 ‘마음의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김 교수는 이후 성심원의 도움과 지원을 구하여 성심원 한센인들과 시 모임을 진행했으며, 1년여 동안 이분들의 ‘시 쓰기’를 지도했을 뿐 아니라, 문학을 통해 마음의 치유의 길에 이르도록 도왔다.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춤을 추었다』는 시와 구술이 치유의 방법이 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이분들은,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의 기억과 내면을 들여다보며, 시를 읽기 위해 모임에서 소통해 왔다. 시 언어들을 통해 토해낸 과거의 기억들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면서 아픈 상처들을 보듬고 껴안아 왔다. 김성리 교수는 전작의 에필로그에 “시는 마음을 치유한다. 그러나 실제로 치유는 시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덤으로 얻었다. 시는 치유로 가는 문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썼다. 성심원의 노시인들은 시를 통해 치유에 이르는 길을 알게 된 것이다.


54년간 한센인들의 삶과 함께한 성심원을 읊은 詩心


성심원은 1959년에 설립되고, 1961년에 ‘나환우’수용보호시설 인가가 나서, 50년이 넘게 많은 한센인들이 치료받고 생활해 왔던 곳이다. 현재에도 140여 분이 넘는 한센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책 제목에서 보이듯, 이 시집에서는 ‘성심원’을 춤을 추는 ‘무도장’으로 여기고 있다. 혹은 고마운 곳, 복받은 곳으로 표현하고 있다.


“성심원 바깥에서 한센인들은 사회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성심원에서는 같은 처지끼리 모여 구애받지 않고 흉허물 없이 살아갑니다. 성심원에서의 생활 자체가 나에게는 마치 춤추듯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심원이 하나의 무도장입니다. 우리들의 삶, 우리들의 생활 자체가 하나의 무도입니다.”(25쪽)


사회인들의 편견에서 벗어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심원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며, 부부의 연을 맺게 하였고, 세상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센병의 발병을 알고 성심원에 들어올 때의 심정은 실로 비참하였다.


분하고 서러워라. 박 회장님께 부탁하여, 이곳 성심원에 도착하여 이제는 다 잊고, 이곳 분들과 적응하자 다짐하고 결심해도 자꾸만 서럽고 서글픈 마음, 어디 가서 하소연하며 어느 누구 알아줄까? 알아준들 무엇 하나?(79쪽)


내 사는 곳, 지금은 / “성심원 내립니다.” / 눈치 보지 않고 말한다. // 그러나 그 옛날에는 / 내가 사는 아니 우리가 모여 사는 / 이곳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53쪽)


그렇지만 54년간 한센인들에 대한 의료와 복지, 그리고 삶의 터전이 되어왔던 성심원은 이분들에게 복받은 곳이자, 고마운 곳이다. 한센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을 때에 수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성심원을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22세에 성심원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생활하는 분에게는 말 그대로 집이자 고향이며, 생의 황혼 길을 걷는 이에게는 평안한 안식처가 된다. 그래서, 어느덧 성심원은 이분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집’이자, 춤을 추는 ‘무도장’이자, ‘영원복락을 누리는 내 본향’(77쪽)이다. 그래서, 노충진 시인은 이곳에서 춤을 추자고 한다.


인간사(人間事) 희로애락(喜怒哀樂) / 그 훼손(毁損)된 품위도 쌓여 엉킨 울분도 / 탈춤으로 풀어내고 내면으로 승화시켜 / 너푼너푼 춤을 추자 성심원에서! / 우쭐우쭐 춤을 추자 하늘을 향해! (34쪽)



함께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애달픔,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시집에서 노시인들은 한센병의 발병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가족과 친지에 대한 애달픈 심정을 노래했다. 또,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이제는 성심원을 집이자 고향으로 생각하는 마음도 담았다.


오— 어머니! / 당신의 애틋한 정이 따스한 입김으로 아지랑이 되어 / 그렇게 모락모락 타오르고 있습니까?!(35쪽, 아지랑이)


멘소래담, 지금은 좋은 크림도 있건만 / 그 시절 멘소래담은 엄마의 필수품이기에 / “엄마” 하면 멘소래담이 생각난다. / 엄마는 가시고 / 멘소래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52쪽, 엄마와 멘소래담)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에선 / 홍길동, 신유복, 유충렬, 옥향, 춘향, 박씨 부인, 의로운 도적, 살신성인, 권선징악, 어려운 시절, 살기 위한 몸부림,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 등등이 한없이 쏟아진다. / 할아버지, 부모님 보고 싶고 또 그립지만 / 놋쇠 화로의 추억이 그리운 이맘때다.(108쪽, 화로)


철썩 처얼썩 바다가 노래하고 / 온 세상이 하얀 눈빛으로 수놓아지는 내가 나고 자란 / 그리운 그 이름. / 울릉도라네.(114쪽, 울릉도)



새로운 삶을 그리며: 세상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


성심원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집중실과 회복실이 의료시설 2층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추자 시인에 따르면, ‘그곳은 평화롭고 생기가 넘치고 행복이 묻어나오’는 곳이다.


2층 집중실(I.C.U)과 회복실이라 하면 곧 돌아가실 분들과 말 그대로 건강을 되찾으면 오기 전에 있던 방으로 다시 가실 분들이 함께 있다. 그곳에는 환자들만 있지만 막상 가보면 평화롭고 생기가 넘치고 행복이 묻어나온다. 모두 잠든 듯이 고요하게 있다가도 얼굴을 살살 어루만지는 유 신부님 손길에 “신부님, 오시었소?”라고 한 사람이 말하면 모두가 얼굴을 들고 몸을 뒤척이며 신부님을 바라본다. 곧 돌아가실 분들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오래오래 살고 있으니 복받은 곳이다.(100쪽, 성심원, 복받은 곳)


시집의 여러 편을 통해 관통하는 노시인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새로운 삶을 그리게 되고 세상이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이곳에서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병을 다스리게 되었고, 고령에 이르게 된 점, 그리고 신앙생활이 주는 평온함도 있다. 그래서 어느덧 황혼 길에 접어든 안병채 시인(90세)은, 시 [황혼 길]에서 인생에 달관하는 마음을 낮게 읊조린다.


언제나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시는 / 어머니의 부르시는 저 소리에 / 가슴을 열어봐요 / 지난 세월에 접어둔 한 맺힌 사연일랑 / 바람결에 실어 보내고 / 옥천옥수 맑은 물 성혈에 몸을 담그어 / 세상에서 받은 상처의 찌든 때를 / 말끔히 씻어 버리고 / 영원복락 누리는 내 본향으로 / 거룩하고 향기로운 주님 성혈 모시고 / 맛깔진 음식 찾아 먹으며 / 사뿐사뿐 걸어가요 / 바른 길로 노을 빛 곱게 물든 / 융단 깔린 황혼의 길로……(76-77쪽, 황혼 길)


노시인들은 오랜 투병으로 인한 몸의 상처, 사회인들의 편견에 의한 마음의 상처를 지녀오셨던 분들이다. 수도자들의 헌신적인 간호와 현대적인 의료, 평안한 안식처는 몸의 상처를 치료하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가족과의 헤어짐이나 사회인의 편견에 의한 마음의 상처는 쉬이 치유하기 힘들다. 이러할 때에, 마음의 문을 열고, 고통을 말하여 남과 나눌 줄 알며, 자신을 관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학은 하나의 치유 수단이 될 수 있다. 구술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풀어내는 동안 마음의 상처는 하나하나 풀려나가게 되며, 시를 쓰면서 시어를 하나하나 고르는 동안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게 된 것이다.


낙엽들이 바람에 날리어 어느 골짜기에 / 머무는 것처럼, 내 마음 가는 곳이 어데라도 / 좋을 듯합니다. //

청산은 말하거늘 우리는 알지 못하고 / 언제나 그러하듯이 오늘도 침묵 속으로 / 밤이슬을 맞이합니다. (64-65쪽, 무제1)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생각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지키고 있는 것들에게 자유를 허락할 시간입니다.


머나먼 길 지친 몸과 마음이 숙연해지는 지금

다시 가라면 갈 수 없는 욕망의 끝자락에서


사랑과 추억, 외로움과 쓸쓸함, 높고 낮음, 옳고 그름,

낮과 밤이 무뎌지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기다립니다. (66-67쪽, 무제2)



저자 소개

엮은이 / 김성리

문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문학이 지닌 치유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본인의 두 전공을 융합하여 자신이 명명한 “치유 시학”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지원을 받아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다.

치유 시학을 연구하는 틈틈이 샤머니즘과 신화가 지닌 치유성을 시와 연관해서 공부하고 있으며, 관련 과목을 인제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현재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인제대학교 한국학부에서는 <현대시인연구>, <시와 치유>를,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에서는 <문화와 예술>, <의학과 문학>, <의학과 창의적 상상력> 등 인문학 분야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는 「김춘수 무의미시의 지향적 체험 연구」, 「예술가의 삶의 형상화와 그 의미」, 「김춘수의 시와 세계관」, 「현대시의 치유시학적 연구」, 「시치유에 대한 인문의학적 접근-한센인의 시를 중심으로」, 「치유시학의 관점에서 본 간호의 의미」, 「한센인의 생애구술과 치유」등과 『김춘수 시를 읽는 방법』, 『문장으로 배우는 한자』(공저), 『엄마의 책방』(공저)이 있다.


지은이(게재순) 


김성덕    경남 산청 출생/남/69세(1947년생)

노충진    경남 거제 출생/남/78세(1938년생)

박두리    경남 진주 출생/여/65세(1951년생)

박태순   전남 고흥 출생/남/(1957년생)/

                      2014년 7월 7일 영면

안병채    경남 김해 출생/여/90세(1926년생)

안준식    경북 예천 출생/남/70세(1946년생)

양추자    경남 거제 출생/여/76세(1940년생)

하인식    경북 울릉도 출생/남/65세(1951년생)

허   찬    경기도 화성 출생/남/57세(1958년생)





목차


    


  김성덕

自序 나의 아내에게   

1. 은혼식일에 부쳐서   

2. 나의 반쪽을 찾던 날   


  노충진

自序 너푼너푼 춤을 추자, 성심원에서   

1. 십자봉의 전설   

2. 고향을 묻지 마오   

3. 어머니   

4. 우리들의 무도장   

5. 아지랑이   


  박두리

自序 꽃도 피우고 씨앗도 날리고 싶습니다   

1. 기도   

2. 나룻배   

3. 초가지붕   

4. 엄마와 멘소래담   

5. 성심원   

6. 애기똥풀꽃   

7. 민들레   


  박태순

박태순 님에게 바쳐   

1. 無題 1   

2. 無題 2   

3. 無題 3   


  안병채

自序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1. 황혼 길   

2. 성심원에 오는 날   


  안준식

自序 세상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1. 고향 생각   

2. 인생 종착역   


  양추자

自序 백일홍 나무처럼 붉은 꽃 피우며 백년을 살고 싶네   

1. 성심원   

2. 성심원, 복받은 곳    

3. 성탄을 맞이하며   


  하인식

自序 아버지,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1. 화로   

2. 오늘이 중요한 것은   

3. 늦가을에   

4. 널 보내며친구 태순을 생각하며   

5. 아버지를 그리며   

6. 울릉도   

7. 첫눈   

8. 태풍   

9. 봄소식   


  허찬

自序 새로운 삶을 그리며   

1. 꾼   

2. 불두화   

3. 수취인 없는 가을편지   

4. 혼자 가는 길   

5. 개나리   

6. 결혼   

7. 세례 받는 날   

8. 갈대를 보며   

9. 수선화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알렙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양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뿌리의 하나로 두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고 있으면 서양 문화를 더욱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주변의 생활에서도 상표 이름 등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흔적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책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슬라이드(PPT)를 만들었습니다. 한번 재밌게 감상해주세요. ^^


[서양 문화의 뿌리, 그리스 로마 신화!] 슬라이드 보러가기

http://www.slideshare.net/alephbook/ss-46136328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

저자
윤일권, 김원익 지음
출판사
알렙 | 2015-03-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그리스 신화 연구가, 김원익·윤일권이 쓴 "서양 문화" 속의 그...
가격비교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

윤일권·김원익 지음|716쪽|24,000원 
개정증보판|2015년 3월 10일|ISBN 978-89-97779-48-2 03210

인문학 > 신화/종교학 > 신화 이야기
역사/문화 > 신화 > 그리스로마신화 


그리스 신화 연구가, 김원익·윤일권이 쓴 
“서양 문화” 속의 그리스 신화
10년 만에 개정증보판 출간!!


“서양 문화의 산책길에 그리스 신화를 읽다”

신화는 구석기 시대나 신석기 시대 등 고대인들이 겪은 세상 체험을 담은 이야기다. 우리의 실생활 속으로 뛰어든 수천 년 전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허무맹랑하다 여겨지지 않고, 상상력의 나래를 끝없이 펼쳐 보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화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수천 년 동안 서양의 문학, 심리, 미술, 음악, 철학, 역사, 건축 등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단순히 재미있는 옛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헤브라이즘)와 함께 서양 문화의 양대 뿌리로 평가되는 그리스 로마 문명(헬레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료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화에 깊게 남긴 발자취를 산책하듯이 편안하게 따라간다. 그래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여러 주제로 나누어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그 문화의 흔적을 살펴본다. 올림포스 신족, 인간 심리, 사랑, 여성, 영웅, 모험, 전쟁 등이 그 열쇳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로 동성애를 말할 수도 있다. 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피그말리온 효과, 나르시시즘 등 신화의 이야기 원형에서 인간 심리를 설명하는 개념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올림포스 신족들을 통해서 “나는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를 파악하는, 인간 캐릭터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웅들의 모험담은 스토리텔링의 전형으로,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미술, 음악 등에 큰 영향을 주어왔다. 저자들은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 원형, 신화의 캐릭터, 신화의 상징으로부터 인간의 이러한 모든 주제들을 말하고자 한다. 
가령 올림포스 신족의 구성원들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유형들을 구현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제우스의 신조(神鳥)인 독수리는 로마와 히틀러 시대와 미국의 국조(國鳥)인 독수리와 연결시키면서 제우스처럼 최고가 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어낸다. 아테나 여신과 그녀의 신조인 올빼미를 통해서는 헤겔의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갯짓을 시작한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의 여정은 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이론을 빌려 이 세상 모든 스토리텔링의 원형으로 소개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276장에 달하는 수많은 그림과 계보도와 지도이다. 독자들은 그것들을 통해 계속해서 속속 등장하는 어려운 이름들 때문에 한없이 어렵고 복잡하게만 보이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재미있고 입체적으로 개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곁의 그리스 신화”

우선, 우리와 아주 가까운 실생활부터 들여다보자. 화장품 중에 ‘헤라’라는 상표가 붙은 것이 있다. 이상하다. 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헤라’라고 했을까. 그것은 아프로디테가 남편인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전쟁의 신 아레스와 자주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헤라는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제우스의 아내로서 위엄을 잃지 않았다. 결혼의 여신으로서 도덕성도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미모는 아프로디테에게 약간 떨어지지만 정숙한 부인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닐까? 서양인들이라면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을 택했는지 모를 일이다. 헤라라는 화장품을 바르면 헤라처럼 곱고 정숙한 여신이 된다? 뭐 그런 뜻이 아닐까?
‘씨리얼(cereal)’이라는 과자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 이름이 숨어 있다. 곡신의 여신은 데메테르인데 로마에서는 케레스(Ceres)라고 불렀다. ‘씨리얼’은 바로 케레스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박카스’라는 이름의 건강음료는 아무래도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은 디오니소스였는데 로마에서는 바쿠스(Bacchus)로 불렸다. ‘박카스’는 바쿠스라는 술의 신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술도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그리 어색한 이름도 아닌 것 같다. 시내를 걷다 보면 가끔 ‘바쿠스’라는 이름을 지닌 호프집이 눈에 띄기도 한다. 아무래도 바쿠스는 술집에 더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닉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밤의 여신이다. ‘닉스’라는 이름을 붙인 청바지가 있다. 밤의 여신과 청바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청바지 색깔이 어두워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일까? 또한 한때 ‘암바사’라는 음료수가 있었다. 그리고 캔으로 된 음료를 ‘넥타’라고 한 적이 있었다. 두 이름 모두 그리스 로마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음료수인 넥타르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머리가 셋 달린 ‘플러피’라는 개가 나온다. 신비한 마법사의 돌을 지키는 개다. 그런데 플러피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케르베로스라는 개를 빼닮았다. 케르베로스도 머리가 셋이며 지하 세계의 길목을 지킨다. 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케르베로스가 해리포터에도 등장하는 것일까? 「해리포터」의 작가가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상상력의 보물단지에서 꺼내온 것은 아닐까? 

“서양 문화 속의 그리스 신화”

서양 문화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서양의 문학, 심리, 미술, 음악, 철학, 역사, 건축 등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셰익스피어, 라신, 괴테의 작품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는 아주 힘들다. 
가령 괴테의 『파우스트』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최고의 미녀 헬레네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처럼 아예 그리스 로마 신화의 특정한 인물을 다룬 작품도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피그말리온 효과’, ‘나르시시즘’이라는 심리학 개념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적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유명한 서양 미술가들의 작품 중 상당수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령 루벤스의 작품 중 1/3 이상이 <파리스의 심판>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것이다. 
이것뿐 아니다. 글루크(Ch. W. Gluck)를 비롯한 유명한 음악가들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수많은 곡을 만들어냈다. 서양철학의 원류인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도 자신의 생각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사건들에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인류학이나 고고학뿐 아니라 서양의 고대사 연구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가령 고대사 연구의 백미로 꼽히는 모건(L. H. Morgan)의 『고대 사회』나 바흐오펜(J. J. Bachofen)의 『모권』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살해한 오레스테스와 아레이오스파고스 언덕에서 벌어진 그에 대한 재판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은 어떠한가? 현대 건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그리스 로마 건축의 대부분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저자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하여 서양 문화를 살펴보려 한다. 다양한 문헌들을 토대로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하였음은 물론, 어문학, 예술, 철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신화와 연관 있는 서구 지성과 서구 예술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이 책은 지난 2004년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여러 대학에서 교양과목 교재로 사용되면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15쇄)을 받아오다가 10년 만에 개정하고 증보한 것이다. 관련 문헌들을 재검토하였고, 내용을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많은 시각 자료와 계보도, 지도를 첨가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


저자 소개

윤일권

독일문학(카프카의 소설)을 전공했으며 배재대 독일어문화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강의 과목은 ‘그리스로마신화’, ‘스토리가 있는 유럽역사기행’, ‘영화로 읽는 서양명작’ 등이며, 지은 책으로는 『그리스 신화의 반항아들』, 『창의력과 상상력의 바다—그리스 신화의 세계』, 『문학교수의 베스트셀러 산책』, 『스토리가 있는 유럽역사기행』 등이 있다. 문학과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새로운 강의 개발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김원익 

문학박사, 신화 연구가, 한국 그리스학 연구소 부소장.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 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 특강’을 했으며, 삼성전자 등에서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게르만신화’, ‘신화구조론’, ‘그리스 로마 문화의 이해’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기업체, 지역 도서관, 병원 등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활발하게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호의 모험』, 평역서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저서로는 『신화, 세상에 답하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 감수한 책으로는 『후who,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있다.  
  

‥‥‥‥‥‥‥‥‥‥‥‥‥‥‥‥‥‥‥‥‥‥‥‥‥‥‥‥‥‥‥‥‥‥‥


◈ 프롤로그 신화의 산책길에 초대하며 


◈ 제1장 신화의 생성과 전승

◈ 제2장 우주의 기원과 신들의 전쟁 
1. 우주의 기원  
2. 신들의 전쟁: 티탄에서 올림포스로  

◈ 제3장 올림포스 신족 Ⅰ- 제우스의 형제들  
1. 제우스: 바람둥이 제왕  
2. 헤라: 추락하는 여왕  
3. 포세이돈: 폭풍노도의 바다  
4. 데메테르: 땅의 어머니  

◈ 제4장 올림포스 신족 Ⅱ- 올림포스의 라이벌  
1. 아폴론: 이성의 빛, 만능의 황태자  
2. 디오니소스: 도취와 광기의 나그네  
3. 아테나: 똑똑하고 차가운 커리어 우먼  
4. 아프로디테: 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자유부인  

◈ 제5장 올림포스 신족 Ⅲ- 올림포스의 개성파들  
1. 헤르메스: 잽싸고 간교한 심부름꾼  
2. 아르테미스: 무한 자유를 꿈꾸는 자연주의자  
3. 헤파이스토스: 불구의 마이스터  
4. 아레스: 증오와 파괴의 싸움꾼  

◈ 제6장 인류의 기원과 심판  
1.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의 대립  
2. 판도라 이야기  
3. 인류의 다섯 시대와 대홍수  

◈ 제7장 신화와 인간 심리  
1.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2. 나르시시즘   
3. 피그말리온 효과   


◈ 제8장 사랑 이야기   
1. 에로스와 프시케   
2.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제9장 그리스 로마 신화와 동성애   
1. 고대 그리스인의 양성애관   
2. 고대 그리스 사회의 동성애   
3. 그리스 신화에 그려진 동성애   

◈ 제10장 여성 이야기   
1. 악녀 메데이아   
2. 독부 클리타임네스트라   
3. 정의의 화신 안티고네   
4. 고결한 여인 이피게네이아   

◈ 제11장 영웅 이야기
1. 영웅의 원형, 페르세우스  
2. 전쟁의 달인, 헤라클레스  
3. 리틀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4. 아르고 호 원정대의 이아손  
◈ 제12장 트로이 전쟁   
1. 트로이 왕가
2. 전쟁의 원인
3. 전쟁의 양상
4. 트로이의 함락
5. 전쟁의 원조, 트로이 전쟁
6. 『일리아스』와 『펜테실레이아』

◈ 제13장 오디세우스의 모험
1. 귀향 전 오디세우스의 행적
2. 오디세우스의 모험 경로
3. 계책, 극기, 화술의 달인, 오디세우스
4.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귀향

◈ 제14장 아이네이아스의 모험  
1. 아프로디테의 아들, 아이네이아스
2. 트로이 전쟁에서의 아이네이아스
3. 아이네이아스의 모험 경로
4.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 참고문헌
◈ 찾아보기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

저자
윤일권, 김원익 지음
출판사
알렙 | 2015-03-1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그리스 신화 연구가, 김원익·윤일권이 쓴 "서양 문화" 속의 그...
가격비교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통일인문학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김성민 외 지음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엮음|304쪽|16,000원 

2015년 2월 25일|ISBN 978-89-97779-47-5 93340


분야 : 인문계열 > 인문학 일반

사회과학 > 한국 정치 > 정치사 

사회과학 > 통일/북한관계 > 북한학 일반







인문학으로 통일 담론의 지성사를 밝히다!

체제․제도의 통일에서 ‘사람의 통일’로

민족동질성에서 ‘민족공통성(national commonality)’으로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애의 아비투스로


사회과학 관점에 사로잡힌 통일 문제를 

인문학적인 통일 패러다임으로 전환!


 인문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통일인문학』은 철학, 사학, 국문학 등 여러 인문학적 연구 성과를 통섭적으로 연구하여, 기존의 경제·정치 등 사회과학적 관점에 사로잡힌 통일 문제를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문제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래서 통일인문학은 ‘체제의 통일’을 넘어 ‘사람의 통일’로,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통일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김성민 단장)은 통일에 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해 왔다.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 인문학적 관점에 기반을 둔 통일 패러다임을 모색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간의 연구 성과와 주요 주장과 명제들을 한데 묶어 탄생한 책이,『통일인문학―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이다. 

 



왜 통일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올해 2015년은 1945년에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자마자 분단을 맞이한 지 70년이 경과되는 해이다. 70년이라는 시간은 남북의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태도를 사뭇 달라지게 만들었다. 이제 통일에 대한 의미는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같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분단의 상처와 고통은 변하지 않고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남과 북의 주민들은 통일에 관한 당위론을 펴면서도 통일에 대한 거부감 또는 무관심을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한 무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져갈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통일과 관련된 주장과 담론들은 우리들의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람다운 삶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차원이 아니라, 나와 큰 상관이 없는 체제·이념·제도의 차원에서 통일을 주로 이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기존 통일 담론”은 어떠했는지 지적하고 있다. 지난 분단 70년 동안 통일의 당위성만을 이야기하고 정작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둔감했다는 점이 첫째이다. “같은 민족이니까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당위성이, 분단의 고통과 아픔을 실존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을 압도했던 것이다. 또, 기존 통일 담론은 “인간적 삶”의 차원이 무시되고 체제와 제도의 통합에 치중하는 흐름(사회과학, 정치학)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경제가 본질이고 사회·문화는 부수적이라는 관점이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의 통일 담론은 남북의 통일을 항상 하나의 완결된 결과로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통일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것이다. 통일 이후에 동독과 서독의 이질화가 여전히 사회 문제가 되는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더라도, 통일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되어야 한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은 결국 ‘사람의 통일’을 의미한다. 새로운 한반도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주체이자, 실제로 그러한 통합의 대상이기도 한 것은, 우리 자신,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통일은 체제·제도·이념의 통일이 아니라 ‘사람의 통일’이다. 


통일의 어떤 측면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았는가?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이 현 단계보다 나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이자, 자유·평등·인권·민주주의·생태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제이다. 그래서 통일인문학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통일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분단 구조가 만든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상태로 남북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동태적 과정’으로 규정한다. 요컨대 통일인문학이 규정한 분단의 극복과 통일의 의미는 결국 서로 이질적인 체제·제도·이념 속에서 살아온 두 집단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새로운 민족공동체로의 ‘통합’을 만드는 것이다. 

『통일인문학』은 그러한 소통·치유·통합으로서의 통일을 고민한 이야기이다. 통일인문학은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 문제를 사상 이념, 정서 문예, 생활 문화라는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나누어 접근하고, 통일의 범주도 남북 주민들의 결합으로 한정하지 않고 700만 명에 달하는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통합으로까지 확대하여 연구한다. 통일은 단순히 남북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차원을 넘어 식민, 이산, 분단, 전쟁, 적대적 대립에 이르는 20세기 한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민족의 진정한 합력을 창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인문학은 기존의 북한학, 조선학, 한국학을 통합하여 보다 온전한 한국학의 정립과 한국 인문학의 세계화를 지향합니다. 


‘통일인문학’에서 새롭게 주창한 관점 및 개념은?


체제·제도의 통일에서 ‘사람의 통일’로


 남북 통일을 서로 다른 체제 사이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문제로만 사고해서는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독일 통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통일은 정치·경제의 통합 이전에 무엇보다 사람들의 통합이 보다 근본적인 과제이다. 통일이 갑자기 이루어진다면 통일 이후 독일처럼 우리는 양 지역 사이의 이질성과 배타성, 통합 과정에서의 상처로 인해 극심한 갈등과 사회 통합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치관·정서·문화의 통일은 정치·경제의 통합을 떠받치는 바탕이자 통일을 진정한 사회적 통합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힘이다. 이런 점에서 통일인문학은 기존의 통일 담론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람의 통일’을 지향한다. 


민족동질성에서 ‘민족공통성(national commonality)’으로


 남북이 현재 상황 속에서 민족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과거의 원형적이거나 실체화된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은 그들의 다양한 ‘차이’를 결코 조화롭게 수용할 수 없다. 민족공동체에 편입될 수 있는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동질적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은 오히려 그러한 속성을 공유하지 않는 다른 코리언에 대한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규정만을 생산할 뿐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통일 국가, 새로운 민족공동체는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새로운 민족공동체는 현재 없으며 이후 생성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은 분단 이후 각기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코리언의 ‘차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이다. 즉 동일성의 원리가 나와는 다른 이질적인 것들에 대해 폭력적인 배제로 나아갔다고 한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차이’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욱 요구된다. 그래서 동일성의 원리에 근거한 민족정체성이 아닌 차이와 다수성의 원리에 기반을 둔 ‘민족공통성’이라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때 민족공통성은 분단 이전의 동일성에 근거한 민족동질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코리언들의 다양한 차이와 다수성에 근거하여 이들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미래적으로 생성되는 ‘공통의 가치, 정서, 문화’를 의미한다.(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 개념의 적용, 본문 228쪽)


분단의 아비투스(habitus of division)


 분단 이후 남북 관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타자와의 관계에서 전제되는 상호 이해의 쌍방향 소통이라는 최소한의 합리성은 고사하고, 적대와 원한 감정이 압도하고 있다. 물론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등에서 보듯 국면에 따라 남북 관계의 소통과 화해가 진전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적대 관계를 반복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분단의 적대성은 집단 무의식으로 내면화되어 있을 정도로 남북주민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른 문제에 관한 한 합리적인 사람들도 남북 문제만 불거지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반사적으로 멈추고, 불편한 정서나 적대감을 앞세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특징짓는 비합리적 충동은 분단 체제가 단순히 체제적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 체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내면화되어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합리적인 판단 영역을 벗어나 사람들의 신체와 마음을 통해 작동하는 이와 같은 비합리적 충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분단 아비투스와 분단 트라우마는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아비투스(Habitus) 개념을 차용·변용시킨 ‘분단 아비투스’는 단순한 지배 이데올로기나, 주입된 의식이 아니라 분단의 적대성이 우리의 신체에 아로새겨져 있는 내면화된 믿음의 체계를 의미한다. 분단 체제는 정치경제 체제의 적대성뿐만 아니라, 이런 적대적 체제가 분단 체제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신체에 분단의 적대성과 관련한 가치와 성향들을 아로새긴다. 북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과 기괴한 이미지의 형성은 분단 70여 년의 세월 동안 적대적 믿음과 성향들이 우리의 신체에 아로새겨진 결과이다. 요컨대 분단 체제는 단순한 두 국가의 대립만을 낳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장치와 제도, 의식, 교육 등을 통해서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리의 신체에 각인시킨다. 자기 검열과 거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북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과 기괴한 이미지의 형성은 이런 아비투스의 산물이다. 특히 ‘반공주의적 아비투스’는 분단 체제의 고착화에서 결정적 의미를 가졌다. 


분단의 트라우마(trauma of division)


 그런데 분단 아비투스만으로 남북의 상호 적대성과 증오심이 작동하는 메커니즘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분단 아비투스는 신체에 체현된 특정한 성향들, 믿음들의 체계들을 인식하도록 하지만 왜 그런 성향과 믿음들이 내면화될 수 있었는가 하는 심리적 중핵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분단의 적대성과 상호 증오심은 단순히 위로부터 강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적극적인 동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분단 트라우마’는 남북 주민이 적대적인 믿음과 성향을 내면화하고 자발적으로 분단 국가에 동의하게 만드는 사회 심리적 중핵이다. 분단 아비투스를 작동시키는 분단 트라우마는 감당할 수 없는 한 개인의 실존적 상처를 의미한다기보다, 남북 주민에게 증오와 공포를 유발하고 있는 집단적 사회 심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분단 트라우마는 민족국가를 향한 집단적 열망의 좌절 책임을 남북이 상대에 대한 원한과 복수의 감정으로 전치(displacement)시킴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민족=국가’를 향한 열망이 강할수록 이를 훼손하는 상대의 체제와 이념은 소멸해야 할 반민족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오늘날 불신과 증오의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는 남북의 적대성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환기하여 현재화함으로써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분단 트라우마의 지속적인 환기와 현재화로 인해, 동서냉전이 해체된 지금까지도 한반도에는 냉전문화가 강고하게 유지되면서 좌우 이념이 공존 불가능하다는 진영 모순의 극단화가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해서는 그러한 적대성을 재생산하는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그를 통해 생산되는 분단의 사회적 신체를 우애와 통합의 사회적 신체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애의 아비투스’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본문 212-215쪽) 



‘통일인문학’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통일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통일이 사회 통합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인 체제 통합뿐만 아니라 가치·정서·생활상의 공통성을 창출하는 작업, 즉‘사상 이념(머리), 정서 문예(가슴), 생활 문화(팔다리)’의 통합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의 <제1부 인문학적 통일 담론의 필요성과 통일인문학>은 ‘통일인문학’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관통하면서 이 책 전체를 조망하고 있는 글이다. 이 부분에서는 주로 기존 통일론을 지성사적 관점에서 해부하면서 그것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공히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학과 통일의 결합이 갖는 필요성 및 통일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있는 방법론과 연구 대상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소통·치유·통합이라는 패러다임이 왜 제기되었으며, 그 각각은 세부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① ‘소통-상생의 패러다임’은 동질성 대 이질성을 ‘차이와 공통성’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데 기초한다. 남과 북의 적대성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것으로서 ‘타자의 타자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소통에 근거한 상생의 패러다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타자의 타자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비대칭적 소통의 체계로 만들어가야 한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개념은 남과 북이 타자의 타자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언어 규칙의 정립, 즉 새로운 통일한반도의 가치와 규범을 마주침이 만들어내는 공감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제2부 소통의 패러다임: 미래의 고향을 만들어가는 형제애적 소통>은 ‘사람의 통일’이라는 문제의식에 있어서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소통’에 대한 글이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소통적 관계맺음 방식을 다루고 있다.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한 남북의 관계맺음은 분단 70년 동안 간혹 진행되어 왔던 남북의 대화와 협상만을 의미할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서로의 ‘막힘’을 뚫고 ‘다름’을 나누면서 남북 간에 말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글은 그러한 진정한 소통의 방식들을, 이를테면 ‘내 안의 타자’와의 대화, ‘형제애적인’ 소통, ‘가르치고 배우는’ 호혜적 소통 방식을 다루고 있다. 


② ‘치유의 패러다임'은 분단의 역사가 만들어낸 대립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패러다임이다. 분단 체제는 단일 민족국가를 향한 민족적 리비도가 좌절되는 트라우마를 ‘분단국가’의 결핍을 감추는 국가주의로 전치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분단 체제가 유발하는 병리적 현상들을 ‘병’으로 간주하고 마음의 수양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단 체제의 역사가 빚어낸 비극을 상호 자신의 역사로 통합하면서 분단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통일은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한민족의 분단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트라우마들을 분석하고 이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상호 분단된 서사를 하나의 통합적 서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3부 치유의 패러다임: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치유의 방향>은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된 남북의 상호 적대성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줄어들지 않고 증폭되는 근본적 이유에 천착한 글이다.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비경험자이면서 경험자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후세대들에게도 그러한 북에 대한 적대성이 고스란히 반복되는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통해 해명하고 있다. 한반도가 경험한 트라우마적 상처들은 사람들을 어떤 강력한 힘에 묶어두고 북에 대한 강한 적대성과 같이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기인한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기제이다. 이때 그러한 기제로서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는 ‘식민’·‘분단’·‘이산’ 트라우마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문화혁명적인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③ ‘통합의 패러다임’은 분단 체제가 만들어내는 분단된 국가의 사회적 신체들을 통일의 사회적 신체로, 분단의 아비투스를 연대와 우애의 아비투스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남과 북의 적대적 공생 구조는 지배 메커니즘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국가의 국민들을 만들어내는, 분단된 국가의 사회적 신체들, 즉 신체에 내면화된 ‘성향, 믿음들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작동한다. 따라서 남/북 분단의 적대성과 공생성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분단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면서 상호 분단체제 속에서 내면화한 아비투스가 가진 오인의 구조를 승인하고 그 속에서 분단의 아비투스를 극복하는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4부 통합의 패러다임: 민족공통성 창출로서의 통일>은 한반도의 통일을 분단된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통합 과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쓰였으며, 따라서 구체적인 통합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남북의 소통을 가로막았던 ‘동질성 대 이질성’의 원리가 아닌, ‘차이와 공통성’에 기반한 통합 패러다임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과거 지향적이며 원형적인 동질성 회복에 초점을 둔 민족공동체 건설이 아니라 ‘닮음의 흔적’을 통해 남과 북 각각이 변용시켜 온 차이와 소통하고, 그들과의 새로운 민족적 연대의 가능성을 찾는 과정으로서 통합 패러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일제 식민지와 분단 체제라는 역사적 경험을 남북 주민과 더불어 공유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또 다른 주체인 ‘코리언 디아스포라’와의 민족적 통합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IHU, The Institute of the Humanities for Unification)


 통일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모으고자 ‘소통·치유·통합의 통일인문학’을 표방하며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출범한 연구기관이다. 

 2009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구 체계를 본격화하였으며, 2012년 1단계 평가에서는 ‘전국 최우수 연구소’로 선정되었다. 

 통일인문학연구단은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사람의 통일’이라는 통일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소통·치유·통합’이라는 아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분단 극복과 한민족 통합의 인문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학문 연구와 사회 활동에 통일인문학연구단이 함께할 것이다. 



집필진

김성민(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장) 

박영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

이병수(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

김종곤(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박민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최  원(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조배준(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원) 


 


차례 


서문 통일을 위한 인문학적 담론은 가능한가? 5


제1부 인문학적 통일 담론의 필요성과 ‘통일인문학’


1장 통일 담론의 지성사

1 전통적 통일 담론

2 통일 회의론


2장 인문학적 통일 담론

1 강만길의 분단시대론과 통일민족주의

2 백낙청의 분단 체제론

3 송두율의 통일 철학


3장 통일인문학의 패러다임과 연구 대상

1 통일인문학의 패러다임

2 통일인문학의 관점과 연구 대상


제2부 소통의 패러다임: 미래의 고향을 만들어가는 형제애적 소통


1장 ‘소통’의 전제조건: 둘과 다름, 그리고 ‘트임’


2장 남북 관계의 역사적 독특성과 관계맺음의 형식

1 국가 간의 관계를 초과하는 남북 관계의 독특성

2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유엔동시가입’: 통일 개념의 재정립

3 ‘남북기본합의서’: ‘둘’의 승인과 과정으로서의 통일, 그리고 평화의 원칙


3장 남북 소통의 패러다임과 소통의 방식들

1 하나와 둘의 변증법: ‘내 안의 타자’와의 대화

2 내재적·비판적 방법론: 해석학적 순환에 따른 남북의 소통

3 형제애적 소통의 장애물: 치유의 과정으로서 소통


4장 민족공통성을 생산하는 소통 :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로서 소통


제3부  치유의 패러다임: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치유의 방향


1장 역사적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1 반복되는 상처의 역사 

2 트라우마와 역사적 트라우마

3 후천적이고 이차적인 트라우마

4 집단 리비도의 좌절과 억압 그리고 사회적 신체의 생산


2장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

1 근대적 ‘민족=국가’에 대한 집단 리비도의 좌절: 식민 트라우마

2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 분단 트라우마

3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트라우마: 이산 트라우마


3장 역사적 트라우마의 치유 방향

1 생명력 회복으로서 치유

2 분단 국가와의 전이적 관계 철회하기

3 분단의 아비투스에서 통합의 아비투스로


제4부 통합의 패러다임: 민족공통성 창출로서의 통일


1장 통합 패러다임의 전환과 민족공통성 

1 동질성 대 이질성

2 차이와 공통성

3 민족공통성론으로서 통합 패러다임


2장 코리언 디아스포라와 통합 패러다임

1 통일의 또 다른 주체로서 코리언 디아스포라

2 ‘민족주의 관점’과 그 한계

3 ‘탈민족주의적’ 관점과 그 한계

4 ‘제3의 정체성론’과 그 비판

5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역사-존재론적 특성


3장 통일인문학의 의의 :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1 한반도에서 인문학자로 산다는 것

2 통일인문학의 학문적 기여 

3 통일인문학의 실천적 의의


참고문헌  / 찾아보기 



‥‥‥‥‥‥‥‥‥‥‥‥‥‥‥‥‥‥‥‥‥‥‥‥‥‥‥‥‥‥‥‥‥‥‥


1970년대 이후 문학, 역사학, 철학의 영역에서 사회과학계와는 다른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시도되어 왔다. 분단시대론에 근거한 통일민족주의를 통해 분단 극복의 사학을 정립코자 한 역사학계의 강만길과, 월러스틴의 세계 체제론을 차용하여 분단을 하나의 체제로 파악하고 변혁적 중도주의와 시민 참여형 통일론을 통해 분단 체제의 극복을 모색한 문학계의 백낙청, 그리고 ‘경계인의 사유’를 통해 차이와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남과 북의 소통과 연대의 논리를 전개한 철학계의 송두율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치·경제적인 통일 담론을 벗어나 인문학적 차원에서 분단과 통일 문제를 사유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인문학적 통일 담론’은 ‘통일인문학’의 선구적 역할을 하였다. (41쪽)


강만길·백낙청·송두율 역시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지닌 이러한 원칙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각자가 ‘과정으로서의 통일’에 부여하는 강조점은 차이가 있다. 강만길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란 말 자체를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으나,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입각하여 남북의 사상적·이념적 차이를 극복하는 평화적·호혜적·대등적 통일론을 통일의 방법론으로 제시하였다. 백낙청은 특히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확대되는 과정을 중시했으며, 통일 방안의 측면에서 평화 공존에서 국가 연합의 단계를 거쳐, 복합적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나아가 송두율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의 핵심을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개념을 명료하게 정초 짓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과정으로서 통일’에서 해체되어야 할 대상과 새롭게 창조되어야 할 대상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정으로서의 통일’에서 해체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단 체제가 한반도 주민의 일상적 삶 속에 각인시킨 가치·정서·문화 혹은 사람들의 신체와 마음을 통해 작동하는 분단 체제의 메커니즘이다. 강만길은 분단 체제를 재생산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믿음 그리고 적대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불충분했으며, 백낙청은 이를 자각하기는 했지만, 마음의 병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며, 송두율은 의식적인 계몽 활동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냉전적인 잔재로 보았다. 그러나 분단의 세월 동안 강화되어 온 남북의 적대성과 불신, 공포 등은 의식의 차원을 넘어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허위의식임을 자각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또 자각한다고 해서 쉽사리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합리적 인식과 의지적 결단, 혹은 계몽 활동을 통해 간단히 해소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 뿌리내린 분단의 가치·정서·문화는 심지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이론적, 실천적 노력에도 은연중에 스며들어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인식적, 실천적 장애가 되는 이러한 가치, 정서, 생활문화가 어떤 성격을 지니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정으로서의 통일’에서 창조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동질성과 이질성이라는 대립적인 틀을 넘어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디아스포라들이 다양하게 변용시켜 온 사회문화적 차이들의 접속을 통해 생성되는 통일한반도의 새로운 가치·정서·문화라는 공통 규칙이다. 강만길·백낙청·송두율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에서 창조되어야 할 대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강만길은 남북을 포괄하는 한반도 전체적인 시각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민족동질성과 이질성이라는 인식론적인 틀을 전제하면서, 통일 과정을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민족동질성의 회복으로 보는 전통적 민족주의 시각에 머물렀다. 백낙청은 통일한반도의 미래상을 미리 결정하지 않고, 남북 교류의 진전과 함께 시민 참여의 양과 질에 따라 달라질 여지를 남겨놓고 있지만, 가치·정서·문화적 맥락에 대한 분석을 누락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관이나 정서 그리고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어떻게 통일한반도의 새로운 공통 규칙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유를 생략하였다. 송두율은 동질성과 이질성의 틀을 부인하고 남북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욕망의 부딪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미래의 고향’을 만드는 사회문화적 통합을 사유하였지만, ‘집단적 단수’로서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특수한 타자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남북의 타자성을 온전히 사유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민족동질성과 이질성의 인식론적 틀을 완전히 해체할 수 없었다. (72-74쪽)


이제까지의 북한 및 통일 연구는 한국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투영된 지역학적 특징을 지니며, 북한을 통일의 주체라기보다 통일의 대상으로 사유하였다. 하지만 통일이 통일한반도의 정신과 가치, 문화의 미래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때, 그것은 남북 어느 한편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한국 중심의 지역학적 연구에서 벗어나서 남북의 역사, 문학, 철학을 아우르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조선학’의 성과를 포괄하면서, 한국의 ‘한국학’과 북한의 ‘조선학’을 비교 평가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치학 및 군사학, 그리고 경제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정책 지향적인 연구 경향을 탈피하고, 사람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통합의 연구 방향이 요구된다. ‘사람의 통일’이란 관점과 더불어 가치, 정서의 사회문화적 통합 위에서 체제 통합을 다룰 때만 명실상부한 ‘통일학’의 위상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89쪽)


경제 중심 통일 담론이 지배적인 통일 담론이 되면 사람들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와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통일의 ‘대차대조표’를 짜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 통일에 대한 극단적인 입장이면서도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경제주의적 입장, 즉 경제적 이익이 있으면 통일을 지지하고, 없으면 통일을 반대하겠다는 생각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통일 비용에 주목하는 경제주의적 관점은 분단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또 다른 형태의 분단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통일인문학은 분단 트라우마와 그 치유에 대한 연구를 통해 너와 나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다. 또한 통일인문학의 이러한 학술 활동이 널리 공감대를 얻어 사회적 저변의 확산으로 이어진다면, 미래의 주역인 젊은 세대들이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실천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런 점에서 통일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와 인문적 가치의 측면에 주목할 때, 통일은 비로소 ‘삶-사회-세계의 평화와 공영’이라는 보다 원대한 지평과 만날 수 있다. 남북의 주민들과 코리언 디아스포라가 더 가혹해질지 모르는 21세기 삶의 조건 속에서 보다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평등하게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통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의 통일과 떨어져 있지 않다. 결국 통일은 코리언의 공동체성을 새롭게 모색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각자가 만나고 있는 이웃, 자연, 세계와 협력하고 공존하여 지속 가능한 평화적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과정과 결부되어 있다. (276-277쪽)




통일인문학

저자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출판사
알렙 | 2015-02-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사회과학 관점에 사로잡힌 통일 문제를 인문학적인 통일 패러다임으...
가격비교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알렙입니다^^

『사진 인문학』의 북 슬라이드 사진, 인문학을 만나다의 내용을 편집하여

유튜브 동영상으로 새로운 북 트레일러를 만들어보았습니다.

2분 30초의 간단한 영상입니다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진 인문학

저자
이광수 지음
출판사
알렙 | 2015-01-1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인문학과 만났을 때 비로소 보이는 사진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있...
가격비교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