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골>의 한 장면

 

 

내일 너머를 지시하고자 하는 몸짓, 철학

알렙 출판사 대표 알렙

 

 

문성원 교수(부산대 철학과)의 신작 철학자 구보 씨의 세상 생각은 소설가 박태원의 구보 씨라는 독특한 인물상을 지금 우리 시대에 다시 펼쳐보인다는 점이 독특한 매력이다. 알렙 는 개인적으로 문학을 전공한 탓에, “구보 씨가 등장한 텍스트들을 아주 흥미롭게 읽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월북 문인 박태원의 구보 씨나 화두의 작가 최인훈의 구보 씨, 그리고 주인석의 구보 씨 모두 당대 현실의 고민을 깊이 사색하였다. 그분들은 작품을 통해, “구보 씨를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개성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구보 씨는 가끔씩 한국 문학사에서 복원과 재등장을 거듭하여 왔는데, 사색하는 소시민이지만 시대를 걱정하는 지식인상으로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이다.

문성원 교수가 이 철학 에세이에서 선보이는 철학적 사색의 형식들은 자유로움과 벌거벗음이다. 철학의 형식이 따로 있고, 문학의 형식이 따로 있을까? 굳이 플라톤의 대화편이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 책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제와 꼭 같지는 않겠지만, 실제보다 더 의미 있고 더 생명력이 있다. 굳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도 어려운 내용쉽게 말하면철학의 논의도 더욱 생생하지 않을까?

이 형식들이 자유로운 것만큼이나 문성원 교수의 철학적 탐구의 영역도 경계에서 자유롭다. 누드모델을 꿈꾸는가 하면, 뱀파이어가 되어보기도 하고, 소통을 생각하면서도 크기를 성찰한다. 다시 동물을 사유하기도 한다. 누드모델과 뱀파이어라니 낯설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현대 철학의 논의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주제일 것이다. 조르조 아감벤의 벌거벗은 생명논의도 있거니와, 이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수치심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맨 몸뚱아리의 사유를 영화라는 매체 장르를 통해 전개한다. , 뱀파이어는 어떤가? 질 들뢰즈는 뱀파이어를 철학적 논의에 끼워 넣은 보기 드문 철학자였다. 들뢰즈가 가타리와 함께 쓴 카프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라 한다. 그러니까, 들뢰즈는 카프카와 뱀파이어를 연결했고, 문성원 선생은 K(카프카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와 구보 씨를 연결한 셈이다.

글을 읽다 보면, 철학서답지 않게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인 문성원 선생님은 이 구보 식의 사유2000년대부터 해왔으니, 공력도 깊고 애정도 많다. 특히 이 책의 원고는 2009년부터 구상되고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4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저자가 들인 세월이 오래될수록 글이 깊어진다는 것을, 알렙 는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려운 철학 용어가 난무하여도 전혀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소통과 울림의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문성원 선생이 오늘날 철학이 놓일 자리에 대해 덧붙여 놓은 말을 통해, 여전히 철학의 무기는 사유다라는 진부하지만 핵심적인 깨달음을 다시 얻는다. 오늘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 너머를 지시하고자 하는 사유의 몸짓, 그게 철학의 할 일 아닐까?

 

이 글은, <기획회의>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Posted by aleph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