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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와 책/출판 그 후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 편집 후기

 

 

경제학자는 여우형과 고슴도치형이 있습니다. 고슴도치형 이론가는 경제 문제의 올바른 해결은 시장 자유화나 또는 정부 주도의 정책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고 여우형 이론가들은 시장의 기능을 일부 존중하지만 갖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교과서의 해답이 불확실하다고 보는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슴도치형의 이론가들 중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이론적 업적을 달성해도 여러 경제 문제들을 교과서적이고 판에 박힌 논리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어디 경제만의 문제였습니까?
 -김운회, 본문 중에서

알렙 氏가 김운회 교수님을 처음 만난 때는 2003년 무렵이었습니다. 김 교수님은 그때 <삼국지 바로 읽기>를 통해서 한창 인기를 얻어가고 계셨죠. 당시 ㅇㅇ사 편집부에서 초베스트셀러 <삼국지>의 개정판 작업을 맡았던 저는, <삼국지>에 관한 많은 참조 자료를 뒤지기에 바빴습니다. 김 교수님께서 분석하였던 한국인들의 <삼국지>에 관한 시각과 태도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했죠. 그래서 김 교수님의 책을 사보았고, 이내 팬이 되었습니다. 그때에는 <삼국지>에 관한 비판 의식 없는 맹종과 맹신만 지적하신 줄 알았는데, 그 내용 중에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 후에 김 교수님은 관심을 한국 고대사 영역으로 넓히셨습니다. <대쥬신을 찾아서>라는 두 권의 역작에 온 에너지를 쏟으셨죠. 알렙 氏가 편집자로서 김 교수님과 인연을 맺은 첫 작품이 이 책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김운회 교수님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대쥬신을 찾아서> 24부작을 연재하기 시작하였고, 2006년에 책으로 간행하였습니다. 재야 사학자 혹은 비제도권 사학자라고 불리던 김 교수님에 대해 쏟아졌던 비판과 격려는 가히 폭발적이었죠. 그런데, 김 교수님의 모든 관심 주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항 이데올로기로 모아졌었습니다. 간혹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면서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었죠.
얼마 전 김 교수님의 관심 주제가 경제학으로 넘어온 것을 보았습니다. 실은, 김 교수님의 전공이 경제학, 그것도 국제 경제와 ICT산업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마케팅 분야라는 것을 그제야 상기하였죠. 그리고 김 교수님이 위기의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만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계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간단히 홍보성으로 책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해 우파 경제학(근대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에 그 대안으로 나타난 좌파 경제학도 이론적인 모순성과 한계 때문에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김 교수님은 이 책에서 좌파나 우파의 경제 논리를 모두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 패러다임만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면, 우파 경제학은 머리(가치)가 없이 몸통(현상분석)만 있고, 좌파 경제학은 머리만 있고 몸통은 없다는 것이죠.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지라, 알렙 氏는 책 제목을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로 하는 건 어떠냐고 권했고, 김운회 선생님께서도 동의하셨죠.
이 책의 3부와 4부에서 김운회 교수님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에두르지 않고 적확하게 제시합니다. 저는 이 패러다임에 이름(개념)을 붙여보는 건 어떠냐고 말씀을 드렸지만, 김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어느 한 (천재적) 개인의 아이디어 하나로 바뀌는 게 아닙니다.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 쓸모없어지고, (많은 학자들과 지식인들이 노력하고 협력하여) 다음 시대의 패러다임이 중심으로 자리 잡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을 명명할 수 있는 거겠죠.” 이런 취지를 말씀하신 것이죠.
세계적으로 부분적으로는 정교한 이론서들이 많았지만, 광범위한 사회과학적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예는 별로 없습니다. 또 대부분의 저작들은 좌파 또는 우파에 경도되어 어느 한 시각으로만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데 김 교수님의 이번 저작은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에 대한 방대한 이론들을 총동원하여 현재의 이데올로기적 교착 상태를 해명하고 극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세계인들이 주목해 볼 만합니다.
약탈 본능의 시대에 자본주의 경제(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김운회 교수님의 역작을 권해 드립니다. (알렙 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