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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알렙 책 소개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

개그와 함께하는 3일간의 논리 여행

김성우, 송진완 지음|232쪽|판형 국판변형(140*205)|13,000원 

2014년 11월 25일|ISBN 978-89-97779-45-1 4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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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청소년 / 인문

<열여덟을 위한 철학 캠프>, <신화 캠프>에 이어, 청소년 인문서 제3탄 <논리편> 출간!

개그 공연을 즐기면서 논술을 공부하는 초ㆍ중ㆍ고 공통 창의체험 활동

「논술 개그」시즌 1 공연 단행본 출간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부러웠던 지점은 내가 만들고 있고 만들어왔던 코미디 콘텐츠도 누군가가 숨어 있는 의미와 철학을 끄집어 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코미디는 그 시대의 문명, 문화 그리고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는 내가 꿈꾸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고맙고도 고마운 책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학생들과 대중들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논리학에 접하고, 생각하는 재미에 푹 빠지시기를 바란다.

─ 김석현 PD(tvN 「코미디빅리그」 대표 PD)

인기 개그 코너 속에 숨은 웃음의 코드는 무엇일까?

“경고: 이 영화를 보다가 어패류 이름을 말하면 죽는다.”

김준호: 야 심현섭! 머리가 왜 이 모양이야. 나랑 같이 머리 하러 미장원 가자.

심현섭: 아이, 귀찮어.

김준호: 그러지 말고 나랑 가자 미장원 (당황하며) 가자미장원!! 가자미!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스크림>, 「개그콘서트」(1999)

「개그 콘서트」 <스크림>은 요즘 보면 다소 썰렁할 수도 있는 추억의 말놀이 개그이다. 그런데 이 개그는 단순한 말놀이, 말장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논증’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논증의 구조가 큰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철학자 김성우와 공연 기획자 송진완이 만나서, 웃음과 유머를 논리와 철학에 결합하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개그 프로그램을 소재로, 그 속에 숨은 통찰과 가치에 대한 도전, 그리고 웃음 코드를 짚어내는 책이다. 

‘웃음’은, 철학자들의 오랜 탐구 대상이자 일반 대중이 철학적 문제의식에 쉽게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틀’이었다. 특히, 현대 철학에서는 웃음을 철학적 사유 방법으로 삼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연구와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철학과 웃음이 모두, ‘날카로운 통찰’과 ‘창의적인 표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획은 웃음에 관한 여러 콘텐츠 중에서 특히 TV 속 개그 코너를 철학에 접근하는 ‘틀’로 사용하여 일반인들이 더욱 쉽고 재미있게 철학과 인문학에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논리 지식은 덤이다. 

「개그 콘서트」, 「코미디빅리그」, 「웃찾사」, 「코미디의 길」…… 

수많은 개그들의 웃음 코드를 논리와 철학으로 풀어보는 유쾌한 사색의 시간!

이 책은 독자가 실제로 즐겨 보고 있는 유명 개그 코너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개그 콘서트」 「웃찾사」「코미디의 길」「코미디빅리그」 등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선보였던 수많은 개그 코너들을 통해 ‘웃음의 철학’과 ‘웃음의 논리’를 다루고자 하였다. 예를 들면, 「개그 콘서트」의 <스크림>이라는 코너는 철학자 베르그송의 ‘기계적 경직성’이라는 웃음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다.(39쪽) <꺾기도>가 선보였던 개그계 최고의 필살기 ‘꺾기’라는 웃음 코드는 철학자 칸트의 ‘웃음의 불일치 이론’과 쇼펜하우어의 웃음의 지혜, 그리고 그를 숭배했던, 인류가 낳은 최고의 코미디언인 찰리 채플린의 웃음 철학과 맞닿아 있다.(67쪽)

그뿐인가? 「코미디 빅리그」의 <사망 토론>, 「개그 콘서트」의 <박대박>이라는 토론 개그 코너는 프로이트가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에서 말한 농담 기술, 즉 전치(前置, 자리바꿈)와 관련 있다.(108쪽)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에는‘마요네즈 소스와 연어 요리’라는 유명한 유머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바로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를 이용한 유머다. 

어느 몰락한 남자가 부자 친척에게 자신의 딱한 처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 호소한 결과 돈을 빌렸다. 그러나 바로 그날 그 부자 친척은 식당에서 마요네즈 소스를 친 연어 요리를 앞에 놓고 있는 그와 마주치게 된다. 친지가 비난을 퍼붓는다. 

“아니, 나한테서 돈을 빌려 연어 요리를 먹다니! 이러기 위해서 내 돈이 필요했던 거요?”

그가 대답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돈이 없을 땐 연어 요리를 ‘먹을 수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연어 요리를 ‘먹어선 안 되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난 언제 연어 요리를 ‘먹어야’ 합니까?”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 중 ‘마요네즈 소소의 연어 요리’라는 유머

박영진은 유명한 야구 선수이다. 기자인 박성광이 야구 선수인 박영진에게 질문을 한다.

박성광: 야구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박영진: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를 보면서 꿈을 키웠어.

박성광: 그 선수가 누구인가요?

박영진: 데이비드 베컴.

박성광: (당황하며) 축구 선수를 좋아했다면 축구 선수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박영진: 무슨 소리야, 그럼 여자 좋아하면 여자 되냐? 난 여자 좋아하는데 왜 여자가 안 됐어?

박성광: ?                                                                                    ――『개그 콘서트』 <박대박> 중에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논증의 오류를 이용하여 농담을 만드는 다양한 기술을 소개한다. 위처럼,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의도 확대의 오류)를 활용한 농담 기술도 이 책에 등장한다. 이 농담 기술을 그는 ‘자리바꿈(전치, displacement)’이라고 부른다. 전치는 심리적인 에너지가 투자되는 대상의 바꿔치기가 일어남을 의미한다. <박대박>에서 박영진 씨가 박성광 씨의 주장을 왜곡하여 엉뚱한 것으로 제시하며 논점을 일탈시키는 행위가 바로 프로이트가 말하는 ‘자리바꿈’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논증의 오류들이 개그에서 활용되는 방식들을 분석한다. 개그는 구성이 매우 압축되어 있고, 웃음 코드도 핵심을 찌르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논증의 오류를 공부하기에 매우 적합한 교재이다.

그동안 유머, 위트 등 웃음의 일반적인 사례를 논리적 사고력의 소재로 다루는 책들이 출간된 적은 있지만, 독자들이 직접 흥미를 느낄 수 있고 TV를 통해 실제로 잘 알고 있는 개그 코너들을 논리 훈련으로 풀어내는 것은 이 책이 최초로 시도하는 작업이다. 논리 훈련에는 명칼럼, 명연설, 명문장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 책은 개그 코너를 소재로 다루어 공부와 함께 재미까지 추구하고 있다. 

개그가 논리, 철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웃음에 관한 짧은 철학사

이 책은 개그가 논리, 철학과 관계를 맺는 기본적인 측면을 주목한다. 

우선, 개그가 논리적인 사고력을 높여줄 수 있음을 제시한다. 1부 첫 마당에 등장하는 개그 코너인 <마른인간 연구소>는 완벽히 연역적인 논증 형태로 재구성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개그 속에 숨어 있는 논리적인 구조가 나타나며, 이로써 개그가 논리적인 사고력과 관계 맺는 단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서기 2222년 지구는 우리 비만인들이 지배하게 됩니다. 마른인간들은 거의 멸종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 비만인들은 과거에 지구에 살았다는 마른인간에 대해서 연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마른인간들은 앉아서 다리 꼬기가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마른인간들이 먹던 초콜릿은 뒷면에 알 수 없는 칸이 있다. 혹시 나눠먹는 용도였을까?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 마른인간들은 ‘몸짱’이라는 질병을 앓았다고 한다. 몸에 ‘왕(王)’ 자가 나타나고 몸이 근육으로 딱딱하게 굳어간다고 한다.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폭소클럽」 <마른인간 연구소> 중에서

요즈음 「개그 콘서트」의 대세인 개그맨 유민상 씨가 갓 데뷔할 무렵 선보였던 <마른인간 연구소>라는 개그이다. 유민상 씨는 이처럼, 외모 지상주의라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꼬는 내용의 황당한 전제를 통해 황당한 결론들이 이끌어져 나오는 논리적인 상황(필연성)을 제시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개그 코너는 표면적으로는 전혀 논리적인 사고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논리적인 구조로 재구성되거나 논리적인 사고력을 전제로 한다. 이런 면에서 개그 프로그램은 논리적인 사고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강박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 빅리그」 <죽지 않아>에서는 연역 논증의 기계적 논리성을 예증하며, 찰리 채플린의 떠돌이 캐릭터를 통해서는 귀납 논증의 약점을 보여줌으로써 보통사람들에게 논리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줄 수 있다.

이 책의 3부는 개그를 통해서 인문학 고전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실제로 웃음에 관한 저서를 남겼던 쇼펜하우어, 베르그송, 프로이트, 니체, 브레히트의 저서를 분석하며 그들이 학문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코미디와 웃음에 관한 이론에 그들의 철학적 핵심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베르그송의 웃음론은 베르그송의 핵심 사상인 ‘삶의 철학’을 웃음이라는 관점에서 실험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프로이트의 웃음론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농담을 통해 무의식을 파헤친 작업이다. 웃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상가, 즉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헤겔, 라캉, 지젝 등에 대해서도 에필로그를 통해 철학사적으로 개괄해 보았다.

이런 내용 전개를 통해 개그가 논리와 철학의 주요한 측면, 논리적 사고, 인문학적 문제의식, 명쾌한 표현 능력과 연관성이 있음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내용적 특징이다.

1부 <웃음과 논리>에서는 개그 코너를 논리학 차원에서 논리적 구조물로 재구성하여 논리 공부에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 <논증의 오류>편 역시 대표적인 논리 오류 사례를 통해서,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해보고자 한다. 

3부 <웃음에 관한 짧은 철학사>에서는 웃음을 연구한 주요 철학자들의 생각을 개괄해 보고, 그들의 웃음 연구가 일회성 외도가 아니라 인류 지성의 발전 과정이라는 큰 맥락에서 역사적으로 시도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또한 철학자들의 웃음 연구가 단순히 사변적인 차원에서 머무른 것이 아니라 현대의 일반사람들이 즐겨보는 개그 코너에도 담겨 있다는 사실을 분석함으로써,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문학 고전을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읽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 이 책은 애초에 「개그 논술」(대학로 공연)의 기획자인 송진완 씨가 김성우 교수에게 공연의 자문을 부탁하면서 기획되기 시작했다. 개그 코너와 논리·철학 지식을 결합한다는 발상에서, 두 사람의 공저가 이루어진 것이다. 웃음과 논리가 만나고, 유머와 철학이 만나는 낯선 융합이 시도되었다. 공저자 두 사람은, 지난 1년 동안, 개그 코너 속의 웃음 코드를 발견해 내는 유쾌한 지적 작업을 해왔다. 주로 개그의 웃음 코드를 분석하며, 논증의 기본 구도와 연결하는 작업은 송진완 씨가 맡았고, 김성우 교수는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하지만 공저자들의 작업은 형식논리학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코미디’철학의 짧은 역사를 다룬 3부와 에필로그를 통해, ‘웃음의 철학’의 내용적 측면을 다루고자 한 것이다. 논리와 철학은 추상적이지만, 개그는 구체적이다. 공저자들이 찾아낸 건강한 ‘시민의 웃음’은 반전과 전복의 웃음이다. 공저자들은, 이러한 모순과 불일치의 유머, 해방과 저항의 개그, 위대한 화해와 지혜로운 통찰의 코미디들이 우리 사회의 ‘웃음의 철학적 코드’를 드러냈다고 본다. 공저자들은 정치인들의 블랙유머와 냉소는 가짜 웃음이며, 권력에 도구로 이용되는 웃음, 현실에 복종하는 웃음이라 말한다. 그것은 우리 시민에게는 한숨이며 불편함일 것이다. 

공저자들은 결국, 형식논리학이 개그의 반전과 코미디의 전복과 결합한다면 저항의 논리와 통찰의 논리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웃음과 유머에서 삶과 현실의 모순에 대한 통찰과 전통 가치에 대한 도전을 읽어낸다.

추천의 글

흥미 있게 읽었던 책 중에 「철학개그콘서트」라는 번역서가 있었다. 하버드대 출신의 두 명의 철학자가 쓴 책으로 유머 속에서 철학을 끄집어내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려는 노력이 녹아 있는 책이다.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부러웠던 지점은 내가 만들고 있고 만들어왔던 코미디 콘텐츠도 누군가가 숨어 있는 의미와 철학을 끄집어 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코미디는 그 시대의 문명, 문화 그리고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는 내가 꿈꾸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고맙고도 고마운 책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학생들과 대중들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논리학에 접하고, 생각하는 재미에 푹 빠지시기를 바란다.

─ 김석현 PD(tvN 「코미디빅리그」 대표 PD)

저자 소개

김성우

비극을 좋아하는 인간, 우습게도 코미디에 관해 쓰다. 난해함을 사랑하는 학인, 아이러니하게도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다.『스무 살의 철학 멘토』로 대학생을 지적으로 고문하고, 『로크의 정부론』으로 청소년을 테러하다. 영화를 철학으로 읽는 『청춘의 고전』, 미술 걸작의 철학적 분석을 시도한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 문학 고전과 철학의 융합을 시도한 『열여덟을 위한 철학 캠프』 등을 공동 기획/저술을 하다. 우리 눈으로 다시 읽는 교양 수준의 철학사인 『다시 쓰는 서양 근대 철학사』,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를 공동 기획/저술을 하다.

존재의 논리와 실천의 논리의 연계를 고민하는 철학도, 떠돌이처럼 가끔씩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칸트, 로크, 롤스도 흘겨보며, 한동안 하이데거, 푸코, 아도르노, 니체, 마르크스주의에 열중하다가, 지금은 주로 헤겔, 지젝, 불교, 정신분석학을 읽다. 가르치기보다 책보기를 더 좋아하는 연구자, 역설적이게도 현재 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 및 『ⓔ 시대와 철학』 편집위원장을 맡고, 여러 대학과 도서관에 출강하며,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철학으로 만나다.

송진완

코미디를 좋아하는 인간, 우울하게도 철학에 관해 쓰다. 온라인 언론사, 홍보대행사, 광고대행사 등 미디어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던 직장인, 우연히 개그 극단의 창립에 참여하며 공연 예술이 주는 미학적 힘에 매료되다. 개그 콘텐츠의 인문학적 가치에 눈을 뜬 공연인, 겁도 없이 철학 전공과는 무관하게 10년간 일하다가 철학의 대중화에 뛰어들다.‘학습과 인성에 도움이 되는 개그 공연’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워 제작한 「논술 개그」 시리즈를 손에 들고 신인 개그맨들과 무작정 학교로 돌진하여 유쾌한 배움의 장을 열다.

현재 대학로 명품 코미디 연극 「당신이 주인공」을 제작하고, 개그맨 안상태 1인 코미디 연극 「상태 좋아?」를 만들고, 개그 극단 김대범 소극장의 공연기획 실무를 맡고 있으며, 공연기획사 구운피망의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교육대학교 산학협동단과 MOU를 체결하고 「유쾌한 인성교육을 위한 개그 공연」 개발에 여념이 없다.

차례 

서문  웃음과 유머에 바치는 서

첫 날. 웃음을 모르고 논리를 따지남?

1마당•논리와 뒤집기: 웃음의 코드에는 논리가 있다

2마당•기계라서 웃음이 나와: 연역 논증의 웃음 코드 

3마당•바보짓에 숨은 논리: 연역 논증의 웃음 코드 

4마당•반전은 힘이 세다: 귀납 논증의 웃음 코드 

5마당•성급한 일반화는 위험하다: 귀납 논증의 웃음 코드 

둘째 날. 오류를 알아야 논리가 보인다람쥐

1마당•형식에 오류가 있어 웃는다: 형식적 오류

2마당•논리 말고 심리!: 비형식적 오류

3마당•너의 근거는 불충분해: 불충분한 근거가 문제가 되는 오류

4마당•오류투성이 말장난 개그: 애매함과 가정에서 오는 오류

5마당•우물에 독 풀어라: 반박을 미리 봉쇄하는 오류

셋째 날. 웃음에 관한 짧은 철학사

1마당•때로는 독설도 웃기다: 쇼펜하우어의 웃음 철학

2마당•웃고 춤추자!: 니체의 웃음과 부정의 철학

3마당•인간은 왜 웃는가?: 베르그송의 웃음론

4마당•유머는 반항이다: 프로이트의 유머론

5마당•웃음, 너 되게 낯설다: 브레히트의 웃음론

에필로그. 망각에 갇힌 코미디 철학의 짧은 역사

책 속으로

<스크림>의 등장인물들은 전제의 참, 거짓에 상관없이 곧이곧대로 기계처럼 ‘타당하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어패류 이름을 말하면 죽는다고 했으니 어패류 이름을 말하면 죽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크림>을 보고 웃었다면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이 적중한 것입니다. 우리는 <스크림>의 등장인물들이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웃은 것입니다. 물론 베르그송은 『웃음』에서 ‘연역 논증’이니 ‘논리적 타당성’이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웃음 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기계적인 경직성’이 바로 연역 논증의 ‘기계적인 타당성’과 유사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은 연역 논증과 깊은 관련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개그 코너가 다름 아닌 <스크림>입니다.(39-40쪽)

개그맨뿐만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웃음의 비밀을 연구한 철학자들도 ‘웃음의 불일치 이론’을 통해서 ‘꺾기’가 매우 중요한 웃음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순수이성비판』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바로 ‘웃음의 불일치 이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칸트 철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1권 13장과 2권 8장)를 통해서 ‘불일치 이론’을 더욱 집대성하였습니다.

철학자들의 웃음 이론들은 비록 쉽게 읽을 만한 저작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실 생활의 웃음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평가받는 찰리 채플린은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 “평생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을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쇼펜하우어 필생의 저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넘게 읽어보려 애를 썼지만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비평가들은 채플린의 주옥같은 영화들 속에서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이 번뜩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67쪽)

이제부터 살펴볼 비형식적인 오류들은 논리가 아닌 마음이나 인간에 호소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상대방의 의도나 주장을 제멋대로 해석하여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천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매우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 논증은 전형적으로 ‘대중이나 다수에 호소하는 오류’를 보여줍니다. 다수가 봤다는 전제와 뛰어난 작품이라는 결론 사이에 필연적이거나 개연적인 연관성이 없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다수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소수자가 된다는 서러움과 차별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 논증은 두려운 마음이라는 심리적인 요소에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천동설이 지배하던 당시에 소수의 몇몇 학자가 지동설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면 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한 천동설이 진리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숫자로 진리를 판가름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대중이나 다수에 호소하는 것이 오류가 됩니다. (99-100쪽)

<큰 세계>에서는 ‘뚱뚱함이 곧 세상을 살아가는 권력이다’라는 엉뚱한 가정을 참인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고, <부산특별시>에서는 ‘부산이 대한민국의 서울이다’라는 거짓 상황을 참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전제로부터 일어나는 황당한 상황들이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그들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거짓된 가정을 참인 전제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론 역할을 하는 상황들이 매우 자세하고 디테일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전제는 거짓임을 알고 있지만 그 전제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들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럴 때 웃음이 생기는 것이죠. (130쪽)

안어벙은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Made in Indonesia)에서 ‘메이드(Made)’를 독일어 식으로 소리 나는 대로 ‘마데’로 읽습니다. 이를 마치 회사 이름인 것처럼 말합니다. 이와 같이 언어를 애매하게 사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대로 결론을 이끄는 경우도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오류입니다. 논리학에서는 이를 ‘애매한 언어를 사용하는 오류’ 또는 ‘이중 의미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위의 에피소드에서는 ‘마데 인 인도네시아’를 ‘인도네시아의 마데전자’로 번역했지만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인도에서 네시에 만들어진’이라는 의미로 웃음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