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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알렙 책 소개

신간 안내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춤을 추었다>

신간 소개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을 추었다


 

김성덕 외 지음|148쪽|10,000원

2015년 4월 25일|ISBN 978-89-97779-49-9 03810


분야 : 문학 > 한국문학 > 한국 시


 


성심원 노(老)시인들이 들려주는 삶과 시

한센병과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성심원(경남 산청)의 어르신들이

시 모임 1년 동안 쓴 시를 모은 시집


책 소개

시 치유 모임 1년, 한센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시집 출간



2014년 2월부터,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 사시는 분들 몇 명이 모여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 문학교수의 도움으로, 아래로는 57세에서 위로는 90세에 이르는 최고령 시 모임이 만들어졌다. 손이 불편하신 분들은 구술로도 시를 썼고,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분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썼다.

오랜 투병 끝에 남은 크고 작은 장애와 상처를 가지신 이들은, 살아온 자기 생을 소박하고 작은 시에 담았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가파른 삶을 살아오신 이분들의 역사는 ‘시’라는 삶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성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인문도시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시 모임은 활기를 띠었고, 1년이 경과하는 동안 80여 편의 시가 넘게 모였다. 201410월에는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으로 <2014 인문도시지원사업> 인문축제 때 25여 편의 시를 그림과 함께 엮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더욱 많은 이들이 후원의 마음을 담아, 이분들의 시와 삶의 구술을 엮어 책으로 담게 되었다.


성심원(경남 산청군)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센인들이 ‘시 치유 모임’을 통해 쓴 시들을 엮어낸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를 통한 마음의 치유를 위해 시작한 ‘시 모임’은 1년이 넘게 김성리(인제대) 교수가 이끌어 오고 있으며, 10여 분의 한센인들이 함께 해왔다. 어떤 이들은 구술로, 어떤 이들은 육필로 시를 썼고, 시 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다시 고쳐 쓰면서 완성해 왔다. 이번에 낸 시집에 수록된 시는 모두 42편으로, 9분의 시를 모은 것이다.


김성리 교수는 『꽃보다 붉은 울음』이란 책을 통해, 한 한센인 할머니의 생애를 구술과 시로 정리한 바 있다. 이 책에서, 할머니의 시 쓰기를 도우면서 생애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가 ‘마음의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김 교수는 이후 성심원의 도움과 지원을 구하여 성심원 한센인들과 시 모임을 진행했으며, 1년여 동안 이분들의 ‘시 쓰기’를 지도했을 뿐 아니라, 문학을 통해 마음의 치유의 길에 이르도록 도왔다.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춤을 추었다』는 시와 구술이 치유의 방법이 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이분들은,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의 기억과 내면을 들여다보며, 시를 읽기 위해 모임에서 소통해 왔다. 시 언어들을 통해 토해낸 과거의 기억들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면서 아픈 상처들을 보듬고 껴안아 왔다. 김성리 교수는 전작의 에필로그에 “시는 마음을 치유한다. 그러나 실제로 치유는 시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덤으로 얻었다. 시는 치유로 가는 문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썼다. 성심원의 노시인들은 시를 통해 치유에 이르는 길을 알게 된 것이다.


54년간 한센인들의 삶과 함께한 성심원을 읊은 詩心


성심원은 1959년에 설립되고, 1961년에 ‘나환우’수용보호시설 인가가 나서, 50년이 넘게 많은 한센인들이 치료받고 생활해 왔던 곳이다. 현재에도 140여 분이 넘는 한센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책 제목에서 보이듯, 이 시집에서는 ‘성심원’을 춤을 추는 ‘무도장’으로 여기고 있다. 혹은 고마운 곳, 복받은 곳으로 표현하고 있다.


“성심원 바깥에서 한센인들은 사회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성심원에서는 같은 처지끼리 모여 구애받지 않고 흉허물 없이 살아갑니다. 성심원에서의 생활 자체가 나에게는 마치 춤추듯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심원이 하나의 무도장입니다. 우리들의 삶, 우리들의 생활 자체가 하나의 무도입니다.”(25쪽)


사회인들의 편견에서 벗어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심원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며, 부부의 연을 맺게 하였고, 세상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센병의 발병을 알고 성심원에 들어올 때의 심정은 실로 비참하였다.


분하고 서러워라. 박 회장님께 부탁하여, 이곳 성심원에 도착하여 이제는 다 잊고, 이곳 분들과 적응하자 다짐하고 결심해도 자꾸만 서럽고 서글픈 마음, 어디 가서 하소연하며 어느 누구 알아줄까? 알아준들 무엇 하나?(79쪽)


내 사는 곳, 지금은 / “성심원 내립니다.” / 눈치 보지 않고 말한다. // 그러나 그 옛날에는 / 내가 사는 아니 우리가 모여 사는 / 이곳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53쪽)


그렇지만 54년간 한센인들에 대한 의료와 복지, 그리고 삶의 터전이 되어왔던 성심원은 이분들에게 복받은 곳이자, 고마운 곳이다. 한센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을 때에 수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성심원을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22세에 성심원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생활하는 분에게는 말 그대로 집이자 고향이며, 생의 황혼 길을 걷는 이에게는 평안한 안식처가 된다. 그래서, 어느덧 성심원은 이분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집’이자, 춤을 추는 ‘무도장’이자, ‘영원복락을 누리는 내 본향’(77쪽)이다. 그래서, 노충진 시인은 이곳에서 춤을 추자고 한다.


인간사(人間事) 희로애락(喜怒哀樂) / 그 훼손(毁損)된 품위도 쌓여 엉킨 울분도 / 탈춤으로 풀어내고 내면으로 승화시켜 / 너푼너푼 춤을 추자 성심원에서! / 우쭐우쭐 춤을 추자 하늘을 향해! (34쪽)



함께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애달픔,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시집에서 노시인들은 한센병의 발병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가족과 친지에 대한 애달픈 심정을 노래했다. 또,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이제는 성심원을 집이자 고향으로 생각하는 마음도 담았다.


오— 어머니! / 당신의 애틋한 정이 따스한 입김으로 아지랑이 되어 / 그렇게 모락모락 타오르고 있습니까?!(35쪽, 아지랑이)


멘소래담, 지금은 좋은 크림도 있건만 / 그 시절 멘소래담은 엄마의 필수품이기에 / “엄마” 하면 멘소래담이 생각난다. / 엄마는 가시고 / 멘소래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52쪽, 엄마와 멘소래담)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에선 / 홍길동, 신유복, 유충렬, 옥향, 춘향, 박씨 부인, 의로운 도적, 살신성인, 권선징악, 어려운 시절, 살기 위한 몸부림,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 등등이 한없이 쏟아진다. / 할아버지, 부모님 보고 싶고 또 그립지만 / 놋쇠 화로의 추억이 그리운 이맘때다.(108쪽, 화로)


철썩 처얼썩 바다가 노래하고 / 온 세상이 하얀 눈빛으로 수놓아지는 내가 나고 자란 / 그리운 그 이름. / 울릉도라네.(114쪽, 울릉도)



새로운 삶을 그리며: 세상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


성심원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집중실과 회복실이 의료시설 2층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추자 시인에 따르면, ‘그곳은 평화롭고 생기가 넘치고 행복이 묻어나오’는 곳이다.


2층 집중실(I.C.U)과 회복실이라 하면 곧 돌아가실 분들과 말 그대로 건강을 되찾으면 오기 전에 있던 방으로 다시 가실 분들이 함께 있다. 그곳에는 환자들만 있지만 막상 가보면 평화롭고 생기가 넘치고 행복이 묻어나온다. 모두 잠든 듯이 고요하게 있다가도 얼굴을 살살 어루만지는 유 신부님 손길에 “신부님, 오시었소?”라고 한 사람이 말하면 모두가 얼굴을 들고 몸을 뒤척이며 신부님을 바라본다. 곧 돌아가실 분들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오래오래 살고 있으니 복받은 곳이다.(100쪽, 성심원, 복받은 곳)


시집의 여러 편을 통해 관통하는 노시인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새로운 삶을 그리게 되고 세상이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는 희망을 이곳에서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병을 다스리게 되었고, 고령에 이르게 된 점, 그리고 신앙생활이 주는 평온함도 있다. 그래서 어느덧 황혼 길에 접어든 안병채 시인(90세)은, 시 [황혼 길]에서 인생에 달관하는 마음을 낮게 읊조린다.


언제나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시는 / 어머니의 부르시는 저 소리에 / 가슴을 열어봐요 / 지난 세월에 접어둔 한 맺힌 사연일랑 / 바람결에 실어 보내고 / 옥천옥수 맑은 물 성혈에 몸을 담그어 / 세상에서 받은 상처의 찌든 때를 / 말끔히 씻어 버리고 / 영원복락 누리는 내 본향으로 / 거룩하고 향기로운 주님 성혈 모시고 / 맛깔진 음식 찾아 먹으며 / 사뿐사뿐 걸어가요 / 바른 길로 노을 빛 곱게 물든 / 융단 깔린 황혼의 길로……(76-77쪽, 황혼 길)


노시인들은 오랜 투병으로 인한 몸의 상처, 사회인들의 편견에 의한 마음의 상처를 지녀오셨던 분들이다. 수도자들의 헌신적인 간호와 현대적인 의료, 평안한 안식처는 몸의 상처를 치료하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가족과의 헤어짐이나 사회인의 편견에 의한 마음의 상처는 쉬이 치유하기 힘들다. 이러할 때에, 마음의 문을 열고, 고통을 말하여 남과 나눌 줄 알며, 자신을 관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학은 하나의 치유 수단이 될 수 있다. 구술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풀어내는 동안 마음의 상처는 하나하나 풀려나가게 되며, 시를 쓰면서 시어를 하나하나 고르는 동안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게 된 것이다.


낙엽들이 바람에 날리어 어느 골짜기에 / 머무는 것처럼, 내 마음 가는 곳이 어데라도 / 좋을 듯합니다. //

청산은 말하거늘 우리는 알지 못하고 / 언제나 그러하듯이 오늘도 침묵 속으로 / 밤이슬을 맞이합니다. (64-65쪽, 무제1)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생각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지키고 있는 것들에게 자유를 허락할 시간입니다.


머나먼 길 지친 몸과 마음이 숙연해지는 지금

다시 가라면 갈 수 없는 욕망의 끝자락에서


사랑과 추억, 외로움과 쓸쓸함, 높고 낮음, 옳고 그름,

낮과 밤이 무뎌지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기다립니다. (66-67쪽, 무제2)



저자 소개

엮은이 / 김성리

문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문학이 지닌 치유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본인의 두 전공을 융합하여 자신이 명명한 “치유 시학”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지원을 받아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다.

치유 시학을 연구하는 틈틈이 샤머니즘과 신화가 지닌 치유성을 시와 연관해서 공부하고 있으며, 관련 과목을 인제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현재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인제대학교 한국학부에서는 <현대시인연구>, <시와 치유>를,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에서는 <문화와 예술>, <의학과 문학>, <의학과 창의적 상상력> 등 인문학 분야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는 「김춘수 무의미시의 지향적 체험 연구」, 「예술가의 삶의 형상화와 그 의미」, 「김춘수의 시와 세계관」, 「현대시의 치유시학적 연구」, 「시치유에 대한 인문의학적 접근-한센인의 시를 중심으로」, 「치유시학의 관점에서 본 간호의 의미」, 「한센인의 생애구술과 치유」등과 『김춘수 시를 읽는 방법』, 『문장으로 배우는 한자』(공저), 『엄마의 책방』(공저)이 있다.


지은이(게재순) 


김성덕    경남 산청 출생/남/69세(1947년생)

노충진    경남 거제 출생/남/78세(1938년생)

박두리    경남 진주 출생/여/65세(1951년생)

박태순   전남 고흥 출생/남/(1957년생)/

                      2014년 7월 7일 영면

안병채    경남 김해 출생/여/90세(1926년생)

안준식    경북 예천 출생/남/70세(1946년생)

양추자    경남 거제 출생/여/76세(1940년생)

하인식    경북 울릉도 출생/남/65세(1951년생)

허   찬    경기도 화성 출생/남/57세(1958년생)





목차


    


  김성덕

自序 나의 아내에게   

1. 은혼식일에 부쳐서   

2. 나의 반쪽을 찾던 날   


  노충진

自序 너푼너푼 춤을 추자, 성심원에서   

1. 십자봉의 전설   

2. 고향을 묻지 마오   

3. 어머니   

4. 우리들의 무도장   

5. 아지랑이   


  박두리

自序 꽃도 피우고 씨앗도 날리고 싶습니다   

1. 기도   

2. 나룻배   

3. 초가지붕   

4. 엄마와 멘소래담   

5. 성심원   

6. 애기똥풀꽃   

7. 민들레   


  박태순

박태순 님에게 바쳐   

1. 無題 1   

2. 無題 2   

3. 無題 3   


  안병채

自序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1. 황혼 길   

2. 성심원에 오는 날   


  안준식

自序 세상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1. 고향 생각   

2. 인생 종착역   


  양추자

自序 백일홍 나무처럼 붉은 꽃 피우며 백년을 살고 싶네   

1. 성심원   

2. 성심원, 복받은 곳    

3. 성탄을 맞이하며   


  하인식

自序 아버지,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1. 화로   

2. 오늘이 중요한 것은   

3. 늦가을에   

4. 널 보내며친구 태순을 생각하며   

5. 아버지를 그리며   

6. 울릉도   

7. 첫눈   

8. 태풍   

9. 봄소식   


  허찬

自序 새로운 삶을 그리며   

1. 꾼   

2. 불두화   

3. 수취인 없는 가을편지   

4. 혼자 가는 길   

5. 개나리   

6. 결혼   

7. 세례 받는 날   

8. 갈대를 보며   

9. 수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