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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북리뷰

도시에 답이 있다-<그린 어바니즘>

 

 

박 연 수
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 초빙교수, 연세대학교 공학박사(도시계획), 전 소방방재청장


1986년 인천 도시계획국장 재임 시 제조업 이후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전략을 세우고 그 중심 프로젝트로서 송도신도시와 인천국제공항 및 영종용유국제관광산업단지를 계획했다. 그때 송도신도시의 중심 컨셉을 ‘그린(Green)도시’, ‘첨단기술도시’, ‘국제커뮤니티도시’로 정하였다. 중국의 개방을 기대한 국제 입지적 가치에다 고밀화와 첨단 기술을 통한 대규모 공공녹지의 확보, 에너지 절감, 청정 환경 등 ‘그린도시’ 이미지를 승부수로 삼았는데 최근 유엔 GCF(Green Climate Fund) 본부의 유치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는 요즘 도시 개발에서 그린 어바니즘의 요소들을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목표가 분명치 못하여 내실에서 아쉬움이 많다. 내용이 좋은 도시개발이 이루어지고 거주자와 함께 공감하고 생활 속에 체화되는 과정이 아쉬운데 이를 위해서 그린 어바니즘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절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린 어바니즘은 인류가 당면해 있는 심각한 문제인 에너지 소비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지구환경 문제와 물질소비 위주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대단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제공한다. 그것은 에너지의 소비, 즉 탄소배출의 양에 있어서 도시부문이 산업부문보다 훨씬 높으며 도시의 개발과 관리운영 방식에 따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데 기인한다. 또한, 그동안 물질에서 찾아온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상당 부분 문화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도시에서 찾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미국인인 저자는 그 전범을 유럽의 도시에서 찾고 있는데 대단히 구체적으로 그린 어바니즘에 대한 여러 유럽 도시의 프로그램, 정책 그리고 혁신적인 설계 아이디어를 실례를 바탕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계획적, 관리적 측면에서의 압축도시, 생태도시, 녹색 에너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생활양식, 그리고 비즈니스 혁신 등 지속가능한 경제에 이르기까지 대안을 모색한다. 또한 그린 어바니즘의 아이디어를 온전히 실행하는 데 따른 심각한 도전과 딜레마, 즉 압축 개발 패턴의 부작용과 입장의 다름에서부터 생활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갈등과 상충관계에 대하여도 살피고 있다.
그의 시각의 지평은 “유럽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총기규제가 지속가능한 도시 형태를 촉진하기 위한 필수 전략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까지도 확대된다.

도시는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삶의 즐거움과 애환이 투영되고 켜켜이 쌓이고 배여서 정체성을 형성한다. 도시는 문명의 소산이자 산실이며 문화의 집산지이자 소비처이고 창조의 근원이다. 국가 발전의 중심이며 경쟁력의 본산이다. 도시는 혼잡, 공해, 범죄 등 어두운 면도 함께 가진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도시의 처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과학기술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담을 곳은 도시밖에 없으며 몹시 좁아지고 한정되어 가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면서 많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도시라는 시각에서 도시를 봐야 하고 운영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와 같이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도시 공급과 관리에서 벗어나서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시 안에서 찾아야 하며 그 해결책을 찾아내어 더 나은 도시를 가질 수 있느냐의 여부가 생존과 행복과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척도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유럽과도 미국과도 다른 도시의 형성과 발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신라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도시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 역사는 단절되어 있다. 결국 해방 이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빠르고 높은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일면 독특하고 일면 열악한 도시형성의 자산이 남아 있다. 이것은 유럽, 미국 등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또한 역동성, 초고밀화된 주거형태 등 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점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이 책에서 취하여야 할 것은 우리의 도시가 가야 할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한편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배우고 가진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보는 것이다.

                                                                                                                    -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

도서명 - 그린 어바니즘

역자 - 이시철

출간일 - 2013.9

출판사 - 아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