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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내용 속으로

개그 속에 논리가있다?!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


지난 번에 이어서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 의 내용을 일부 소개해드립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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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속에 논리가있다?!


자, 여러분. 여기까지는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아닙니다. 많은 학생들은 이미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을 겁니다. 본 책이 여러분 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개그를 통해서 논증과 논리적 사고력을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바로, 수많은 개그 코너들이 논증의 구조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또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할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TV에서 보는 「개그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의 개그 코너에는 전제나 결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논리학 책에서는 논증이 우리에게 익숙한 전제와 결론의 형식으로 등장합니다.그러한 교재는 공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논증’은 전제와 결론의 형식으로 딱 부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논증, 논리적 사고력, 논술 공부가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에겐 개그가 있으니까요. 논증의 구조를 숨기고 있는 개그 코너들을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면서 논증이 어떻게 개그 코너를 구성하는지 확인해 본다면, 어려운 논술공부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친숙하고 재미있는 것을 통해서 공부한다면 왠지 공부가 더 잘 되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법이니까요.


여러분,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인기 개그맨 유민상 씨를 대개 아실 겁니다. 유민상 씨는 뚱보 캐릭터를 이용하여 외모 지상주의를 날카롭게 비꼬는 개그 코너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특기는 <아빠와 나>, <큰 세계> 등의 개그 코너를 통해 보여주듯이, ‘뚱뚱함이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미덕이요 경쟁력이다.’라는 상상과 과장을 매우 지적인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유민상 씨는 2006년에 주로 신인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폭소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했는데요, 이때 유민상 씨가 결정적인 인기를 얻게 된 코너가 바로 <마른인간 연구소>입니다. <아빠와 나>, <큰 세계>에서 엿보이는 유민상 씨의 대표적인 웃음 코드가 <마른인간 연구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뚱뚱한 사람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올바른 사람이다.’라는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통해서 갖가지 기상천외하고 웃음이 빵 터지는 구체적인 상황이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민상 씨는 ‘논증’의 구조를 적절하게 사용합니다. <마른인간 연구소>에 등장하는 갖가지 상황을 살펴볼까요?


(1) 마른인간들은 앉아서 다리 꼬기가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마른인간들이 먹던 초콜릿은 뒷면에 알 수 없는 칸이 있다. 혹시 나눠먹는 용도였을까?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 마른인간들은 ‘몸짱’이라는 질병을 앓았다고 한다. 몸에 ‘왕(王)’ 자가 나타나고 몸이 근육으로 딱딱하게 굳어간다고 한다.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참고 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TuPdGI87mq0&feature=youtu.be

위의 말들로만 봐서는 그다지 재미있거나 웃기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정신 나간 소리로만 들립니다. 그런데 <마른인간 연구소>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위의 상황들이 등장할 때 관객들은 정신없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논증 구조에 있습니다. 미리 말하지만, 위의 내용들은 논증 구조로 봤을 때는 생략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웃기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개그 코너 처음에 등장하는 대목이 이를 뒷받침하면 강력한 웃음이 됩니다. 


<마른인간 연구소>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코너가 시작되면 유민상 씨는 항상 이 말을 먼저 하죠. 서기 2222년 지구는 우리 비만인들이 지배하게 됩니다. 마른인간들은 거의 멸종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 비만인들은 과거에 지구에 살았다는 마른인간에 대해서 연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 논증의 구조를 언급할 때, 논증이란 내용의 참, 거짓을 확인하는 것과 무관하게 우선 논리적인 형식을 띠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비록 이러한 주장은 거짓이거나 사실임을 확인하기 어려운 미래의 내용이죠. 그렇지만, 웃음을 위해서 위의 전제를 우리가 받아들이는 순간, 그 다음에 등장하는 마른인간에 관한 다양한 미스터리들이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결론이 됩니다. 외모 지상주의라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꼬는 내용의 황당한 전제를 통해 황당한 결론들이 이끌어져 나오는 논리적인 상황(필연성)이 웃음을 자아내는 것입니다. 

<마른인간 연구소>를 논증 구조로 재구성해 볼까요?

이 논증은 이중적으로 복합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제: 현재 지구에는 비만인들만이 살아남았고, 과거에 비만인들과 함께 살았다는 마른인간들은 모두 멸종했다.

(숨은 결론: 인간의 행동과 습관에 대한 상식적 판단의 기준은, 살아남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비만인들에게 있다.)

이 결론이 다시 전제가 됩니다.

(숨은 전제: 인간의 행동과 습관에 대한 상식적 판단의 기준은, 살아남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비만인들에게 있다.)

(숨은 전제: 우리 비만인들은 앉아서 다리 꼬기가 불가능하다.)

전제: 마른인간들은 앉아서 다리 꼬기가 가능했다고 한다.

결론: (그러나 이는) 우리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몸짱'이라는 질병에 걸려 몸이 근육으로 딱딱하게 굳어가는 마른인간.

미래 비만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열여덟을 위한 논리 개그 캠프

저자
김성우, 송진완 지음
출판사
알렙 | 2014-11-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열여덟을 위한 철학 캠프], [신화 캠프]에 이어, 청소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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