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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와 책/출판 그 후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 편집 후기


 

 

 

이 책은 펠릭스 가타리의 독특한 생태 사상에 기반해서 생명 위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다룹니다. 먼저 지율스님의 100일 단식처럼, 네트워크나 생태계에서 분자 혁명이 전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합니다. 또한 ‘천 명의 사람이 모이면 천 개의 마을이 생긴다’는 슬로건은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홈페이지에 있는 아포리즘으로, 마을 만들기가 하나의 모델에 수렴되는 방식이 아니라, 각기 다른 특이성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어야 하는 메타모델이라는 점을 말합니다. 특히 생태계의 시너지 효과는 따로 떨어진 100그루 나무보다 연결되어 숲을 구성한 50그루 나무가 더 강한 항상성을 갖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공동체의 관계망 속에서 생태적 지혜가 발아되어야지 관계의 외부에서 관찰자나 감시자처럼 진리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이 모든 개념의 구도는, 프랑스에서 녹색당을 만들기 위해서 13년 동안 활동했고 지방 의회 생태파 마지막 후보로 나섰던 펠릭스 가타리의 사상에 기대고 있습니다.
---<여는 글> 중에서

신승철 선생님의 신작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의 출간 작업을 의논하기 위해, 알렙 氏는 철학공방 별난을 찾았습니다. 영등포구 신길동의 연구실에는 신승철 선생님과 그분의 동반이신 이은경 선생님, 그리고 지난해 연구실을 맴돌다 식구로 되었던 길냥이 출신 ‘대심이’가 있었습니다. 마침 ‘대심이’ 사진을 찍어온 것이 있네요.^^ 신승철 선생님은 길냥이들 몇을 데려가 기르며 살면서, 생명 사상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자본론 읽는 고양이’라는 독특한 기획 아이디어는, 마르크스가 생명ㆍ생태 사상을 알았더라면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본 거랍니다.
알렙 氏가 신승철 선생님을 처음 만난 때는 2010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한 학술단체의 신년 하례회 때에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기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동향인데다 동갑이라는 사실도 바로 알았습니다. 반가웠지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분이 예전에 알렙의 <철학자의 서재>에 원고를 실었었기에, 나중에라도 인연이 되면 저술을 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요.
동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로, 신승철 선생님은 여러 저서들을 집필, 출간하여 왔습니다. <식탁 위의 철학>이라든가 <에코소피>라든가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 등은 선생님의 관심과 주제가 생태와 생명, 녹색 사상, 공동체와 협동조합 등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런 주제로 더 나아갈 필요, 좀 더 문제의식이 발전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비처럼 철학을 횡단하며, 녹색과 생태와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전개해 보려 했지요. 특히, 그 무렵에는 서울시 마을 만들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성미산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성미산 마을, 협동조합, 소셜 네트워크 등을 분석하고 이론화할 철학적 배경에 대해 정리해 본 것이지요.
그래서 이 책은, 생태ㆍ녹색 사상에 관한 철학 산책이자, 공동체와 생태망은 닮았다라는 점을 사상적 전거를 통해 논구한 일련의 작업들을 모은 책입니다. 또한, 협동조합과 마을 만들기 및 생태 운동에 관한 실천적 제언을 담고 있어서, “대안은 어떻게 마련되는가”라는 기초를 만들고 있지요.
이 책의 주장을 몇 가지 간추려보자면 이렇습니다.
“적색은 녹색과 만나야 한다. 이런 생각은 가타리의 실천에서 중요한 명제였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적색이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적색은 발전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생명ㆍ아이ㆍ소수자 등과 만나야 한다. 그랬을 때 성인-백인-자국민-인간이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 적색의 진보의 내용이 자본주의적 진보로부터 벗어나 색다른 대안을 제시하려면 녹색과의 만남은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지혜다! 분자 혁명과 같이 색다른 주체성의 움직임이 앞으로 공동체 전부의 행로를 결정한다. 아주 미세한 영역에서의 변화는 전체 네트워크와 공동체에서 전대미문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그러한 섬광과 같은 변화를 위해서 생태적 지혜를 모으자는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결국 이 책의 키워드는 “생태적 지혜”로 요약됩니다. 오죽하면 책 제목을 “생태적 지혜”로 하려고 했었지요. 그렇지만, 다소 선언적인 메시지가 농축된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라는 제목으로, 좀 더 사회에 “울림과 떨림”을 일으켜 보자는 생각입니다.
생명 위기 시대에, 신승철 선생님의 역작을 권해 드립니다.(알렙 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