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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알렙 책 소개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다, 라고 누가 말했는데, 그건 서구 사회에서의 일일 뿐이야, 라고 쳤었죠.
그런데, 그런 걸 좀 투박하게 하면, <생명이 정치다>라는 것입니다. 이 책 만들면서, 세월호 참사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생명정치>란 어려운 주제를 생생한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알렙의 <21세기 생명정치 총서> 첫 권입니다. 김환석 교수님이 편저하고,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스 로즈의 육성도 담았습니다. 신진 연구자들이 한국에서의 생명정치 현장과 쟁점, 사례를 모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많이 공부하게 됩니다. 사회과학이 사회적인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란 의견을 가지신 분들 필독하면 좋습니다.

 

 

21세기 생명정치 총서는 생명공학의 새로운 정치와 윤리를 탐색하는 학문적·실천적 여정을 담은 기획입니다.

생명정치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의의뿐 아니라, 기존의 사회과학을 재구성해 보려는 우리의 문제의식을 보이기 위한 지식 담론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어떤 완성된 결과를 보이기보다는, 함께 소통하고 토론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이 총서의 목적이 있습니다.

 

 

1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 김환석 편저(510일 출간)

2 한국의 생명과학 대논쟁 · 김병수 지음(620일 출간)

3 위험의 지구화, 지구화의 위험 · 하대청 지음(근간)

4 의료 윤리란 무엇인가· 김태우 지음(근간)

5 우울증의 사회학 · 김환석 지음(근간)

 

 

 

 

 

책 소개

생명 그 자체가 정치의 주제다!

푸코의 생명정치에서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으로 지금 세상을 본다면?

 

 

 

1970년대 후반 미셸 푸코는 여러 저작과 강의에서 생명정치의 아이디어를 단편적으로 제시한다. 비록 그는 생전에 하나의 이론으로 완성시키지 못했지만, 이에서 영감을 얻은 사회과학자들이 이를 생물-사회적혼합체를 경험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이론과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

1980년대 중반 과학기술학에서는 행위자-연결망이론이 제시되었고 이후 사회과학 전반으로 확산되어, 영향력을 넓혔다. 기술과학이 만들어낸 생물-사회적혼합체들은, 자연/문화, 비인간/인간의 근대주의적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근대주의의 산물이다.

2000년대 초 글리벡을 둘러싼 백혈병 환자 단체의 운동,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논쟁, 비만 치료법으로 부상한 랩밴드 수술, 배아줄기세포 논쟁 등, 21세기 한국에서도 생명정치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어떻게 사회학적 사건이 되었는가? 선장, 선주, 오너, 종단, 행정부, 정치권 등 모두 사람만의 잘못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과학기술학에서 제안된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통해, 사회학은 인간과 비인간의 이질적 결합들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시한다. 존재하는 결합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어떻게 해야 인간과 비인간의 공동세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인간들의 관계로만 이루어진 사회적인 것대신에 인간과 비인간의 물질적-기호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사회물질적인 것이 사회학의 본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꿰뚫는 열쇳말은 생명이다. 일찌감치 21세기를 생명과학의 시대로 명명하고 인간 유전체(게놈)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자연과학이 생명을 되뇌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과학기술의 변화에도 꿈쩍 않던 인문·사회과학이 생명에 주목하는 일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에서 생명정치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시도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김환석 교수가 편저하고, 니콜라스 로즈, 아델 클라크, 브뤼노 라투르, 김환석, 김병수, 강양구 등 국내외 저자들이 참여, 콜라보레이션함으로써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21세기가 되면서 서구에서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 자체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과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20세기가 탐욕과 야만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생명이 곧 정치의 주제가 되는 시대이다. 최근 사회과학자들은 푸코의 생명권력생명정치그리고 통치성개념들을 활용하여 생명에 관한 21세기의 정치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전개해 왔다. 이 책은 푸코 이래 그러한 시도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 한국의 생명정치에 관한 사회과학 연구를 위해서 이로부터 유통한 개념과 이론적 통찰 그리고 방법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첫 시도이다. 또한 한국에서의 생명정치에 관한 경험 연구를 적용과 사례로써 제시하여,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실천적 함의도 담고 있다.

 

 

 

국내에서 과학기술학의 담론과 사회생물학 논쟁을 이론과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김환석 교수(국민대 사회학과)와 연구진들은, <21세기 생명정치 총서>의 첫 번째 연구의 결과로써, 한국에서 생명정치의 사회과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커다란 화두를 던진다. 김환석 교수는, 사회과학의 현황과 지평을 보여주기 위해, 에밀 뒤르켐 이래 100년 동안 지탱해온 사회적인 것과 생물적인 것의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생물-사회적혼합체에 대한 비환원주의적 접근을 제시한다.

김환석 교수에 의하면, 뒤르켐이 사회적인 것(인간적인 것)만을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사회학은 정체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세기 말 이후 21세기는 생명에 대한 기술과학적 개입이 점점 커져 가는 시대이다. 생명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광범위한 응용은 인간의 사고와 행위 그리고 인간 정체성 자체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학문적 이분법에 기초한 기존 사회과학의 토대를 바꿔야 할 뿐 아니라, 학문 바깥으로는 환경 운동과 동물권 운동이 전개되면서 자연/문화, 동물/인간의 근본적 분할에 대해서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생물학적인 것사회적인 것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혼합체로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고, GMO와 배아줄기세포 등 새로운 혼합체가 점점 더 많아지는 오늘날 더 이상 그런 이분법의 경계는 그 정당성과 효용성이 의심스럽다.

2000년대 이후 주로 사회학과 인류학 분야의 여러 사회과학자들은 생명에 대한 과학적 개입을 연구하는 새로운 사회과학적 접근을 시도해 왔다. 사회학자인 니콜라스 로즈와 아델 클라크, 인류학자인 폴 래비노우와 카우시크 순데르 라잔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셸 푸코의 생명정치개념에서 커다란 영감을 얻고 있다. 푸코가 1970년대 후반에 여러 저작과 강의에서 단편적으로 제시한 생명정치의 아이디어는 그가 생전에 하나의 이론으로 완성시키지는 못했지만, 이에서 영감을 얻은 여러 사회과학자들이 이를 생물-사회적혼합체를 경험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이론과 연구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살펴보는데, 특히 이 중에서 로즈와 클라크의 이론에 초점을 두어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이론이 지닌 특징을 검토하였다.

2부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러한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이론들이 진정으로 비환원주의 접근이 되기 위해서는, 1980년대 중반 과학기술학에서 나타나 이후 사회과학 전반으로 확산되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통찰을 수용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왜냐하면 행위자-연결망 이론에서는 일찌감치 기술과학에 의해 만들어진 혼합체들이 자연/문화, 비인간/인간의 근대주의적 이분법으로는 결코 그 존재론적 위치를 정할 수 없는 비근대주의적 사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대표자 중 하나인 브뤼노 라투르는 이러한 사물들이 근대주의적 이분법에 의해 결코 파악되지 않지만 기술과학에 의해 아무 성찰이나 규제 없이 무제한 증식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생태적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물들에 올바른 존재론적 위치를 부여하고 적절히 규제하여 지구의 생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 이런 면에서 생명정치 역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사물의 정치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3부에서 저자들은, 한국에서의 생명정치 현황과 쟁점, 사례를 짚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접어들면서 질병과 건강을 둘러싼 쟁점이 종종 중대한 정치적 사안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둘러싼 환자들의 투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전개된 광우병 촛불 집회,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이 촉발한 사회운동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배아줄기세포, GMO, 비만 치료 등에서도 첨예한 생명정치-생명윤리의 논쟁들이 전개돼 왔다.

채오병과 배태섭의 글은 생명정치 이론 중 하나인 폴 래비노우의 생명사회성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시도한 것이며, 강양구와 채오병의 글은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글리벡을 둘러싼 백혈병 환자단체의 운동을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하대청의 글은 2008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벌어졌던 광우병 논쟁을 지구적 생명정치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으며, 한광희와 김병수의 논문은 비만 치료의 표준적 방법으로 부상한 랩밴드 수술에 대해 역시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책 내용 : 1 생명정치란 무엇인가?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주로 사회학과 인류학 분야의 여러 사회과학자들의 문제의식을 발전시키고, 현재적/실제적 적용 가능성을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논쟁과 사례로 분석해 본 시도이다.

1부의 첫 글로 니콜라스 로즈(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교수)생명 자체의 정치를 위하여라는 글을 실었다. 니콜라스 로즈는 이 글에서 생명공학과 그것에 기반을 둔 생의학의 발전이 촉발한 다섯 가지 변화―—분자화, 최적화, 주체화, 전문성, 생명경제—―에 주목한다. 로즈는 이런 변화를 통해서 생명공학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다각도로 검토하면서, 근대성의 토대인 자연(‘생물학적인 것’)과 사회(‘사회적인 것’)의 이분법에 의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에 기반을 둔 기존의 사회과학은 이런 성찰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과제이자 2부의 주제이다.

1부의 두 번째 글로는, 아델 클라크의 생의료화의 개념을 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의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놓고서 기존의 사회과학은 일찌감치 다양한 설명을 내놓았다.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된 이런 연구는 흔히 의료화이론으로 불린다. 아델 클라크는 이 글에서 기존의 의료화 이론이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생의학의 발전이 낳은 여러 가지 변화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생의료화이론을 새롭게 주장한다. 그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생의료화에 대한 경험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책의 3부는 그에 대한 저자들의 답변이다.

1부의 세 번째 글로 김환석 교수의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수록했다. 이 글은 전체의 개관이자 종합의 성격을 지닌 글이다.

21세기가 되면서 서구에서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 자체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과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서구의 사회과학자들은 푸코의 생명권력생명정치그리고 통치성개념들을 활용하여 생명에 관한 21세기의 정치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전개해왔다. 이 글은 푸코 이래 그러한 시도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 한국의 생명정치에 대한 사회과학 연구를 위해서 이들로부터 유용한 개념과 이론적 통찰 그리고 방법론을 도출하고자 시도한다. 먼저 생명정치의 연구에서 선구적으로 기여를 한 푸코의 이론을 살펴보고, 이를 수정하여 거대담론으로 발전시킨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이론과 하트 및 네그리의 제국다중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그 다음에 이런 거대 담론과는 달리 생명정치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추구해 온 대표적 사회과학 이론들로서 네 가지를 검토하였는데, 그것은 래비노우의 생명사회성이론, 로즈의 생명 자체의 정치이론, 순데르 라잔의 생명자본이론, 그리고 클라크의 생의료화이론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생명과학의 발전이 21세기 생명정치의 전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생명정치를 생태정치나 기술정치 등과 함께 비인간 사물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사회물질적인 것의 정치의 일부로 간주할 것을 제안하며, 한국 등 비서구 나라들의 생명정치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촉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책 내용: 2 생명정치의 행위자-연결망 이론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1980년대에 프랑스의 미셸 칼롱과 브뤼노 라투르 그리고 영국의 존 로가 함께 개발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원래 과학과 기술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서 출발했지만, 1990년대에는 단지 거기에 머물지 않고 보다 폭넓고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일반적 사회 이론으로 확장되어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그것은 사회학은 물론이고, 인류학과 문화연구, 지리학, 환경학, 정치철학, 경제학, 경영학, 정보학 등에까지 그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매우 유력한 사회 이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이론은 과학과 기술을 보다 크고 강한 연결망 구축의 산물로 본다. 이는 마치 권력 형성에 대한 정치적 분석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 즉 정치가가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맹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려 노력해야 하듯이, 과학자와 엔지니어도 이와 동일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ANT의 행위자들은 단지 인간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들(: 생물, 기계, 텍스트, , 건물 등)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질적행위자들이며,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성 사이에 근본적 구분은 없다고 본다. 그동안 ANT 분석에서는 이질적 연결망 구축을 통해 주로 기술과학적 하이브리드들이 어떻게 출현하고 성공하여 안정화되는지(또는 실패하여 소멸하는지)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통해 묘사하는 데 집중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최근 ANT 학자들은 이러한 묘사적 분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의 형태를 제시하려는 적극적 시도를 보여주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그들은 기후변화, 원자력, 광우병, 유전자조작식품, 배아줄기세포 등 기술과학의 발전에 수반된 위험과 이에 대한 대중적 논쟁들이 민주주의의 갱신 또는 재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환석 교수의 행위자-연결망 이론에서 보는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먼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설명에서 ANT가 지니는 특징을 소개하고, 최근 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에서 기술과학과 민주주의의 관계는 과연 어떤 것인지 살펴본다. 그리고 이것이 갖는 장단점과 사회과학에 주는 함의에 대하여 논하면서 글을 맺고 있다.

 

 

 

과학기술학의 역사는 사회적인 것에 대한 일련의 도전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도전의 첫 번째 시도는 과학기술학의 초기 접근인 과학지식사회학이 대표한다. 과학지식사회학은 사회적인 것과학기술적인 것과 엄격히 분리하는 전통적 사회학의 협소한 범주를 극복하려고 시도하였다. 즉 과학지식사회학은 사회적인 것을 확장하여 그 속에 과학기술적인 것까지 포함시키려 하였고, 이에 따라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구성주의로 불리게 되었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사회적인 것에 대한 과학기술학의 두 번째 도전을 대표하는 접근이다. 그것은 과학지식사회학이 역시 사회적인 것자연적인 것(또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이원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이러한 이원론을 비인간 존재들에 행위성을 부여함으로써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비인간 행위성에 관한 과학지식사회학과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서로 상반된 시각은 이른바 인식론적 겁쟁이 논쟁을 초래하였다. 김환석 교수의 사회적인 것에 대한 과학기술학의 도전은 행위자-연결망 이론이 비인간 행위성을 인정함으로써 사회적인 것(내지 사회과학)’을 폐지하려 하는 것인가의 문제를 탐색하려고 한다. 아울러 비인간 행위성을 인정하는 것은 단지 과학기술학의 일전에 중요할 뿐 아니라 근대주의의 결함을 넘어서는 정치의 생태화에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쟁을 사례로 하여 설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것에 대한 과학기술학의 도전이 사회학의 혁신에 대하여 갖는 함의에 대하여 성찰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사회학은 초창기에 토대를 이루었던 이원적 존재론과 그것의 결과인 사회적인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의 이질적 결합들로 눈을 돌려야 한다. 존재하는 결합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어떻게 해야 인간과 비인간의 바람직한 공동세계(또는 라투르식 표현으로는 코스모스’)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학이 오늘날 세계의 현실에 대한 적실성을 갖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이 사회학의 주장에 흥미를 느끼고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인간들의 관계로만 이루어진 사회적인 것대신에 인간과 비인간의 물질적-기호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사회물질적인 것(the socio-material)’이 사회학의 본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학이 따라야 할 방법론은 ANT가 제창한 일반화된 대칭성일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를 동일한 언어와 분석틀로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본문, 164/김환석)

 

 

 

 

2부의 세 번째 글은, ANT의 개발자 중 한 사람인 미셸 칼롱이 이 이론이 생명정치의 사회과학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를 경험 연구를 통해서 직접 보여준 것이다. 이 글은 프랑스의 근이영양증(MD) 환자 단체 프랑스근질환협회(AFM)의 사례를 통해서, 환자들이 특정한 과학기술 연구에 영향을 주면서 자신의 개인적 집단적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 글에서 과학기술과 정치, 경제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그것이 새롭게 결합해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인상적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책 내용 : 3 생명정치의 쟁점과 사례: 한국에서의 경험

 

 

 

특히 국내 저자들의 관심은 생명공학의 새로운 정치와 윤리이다. 생명공학 과학기술이 촉발해 낸 사회의 변화, 그리고 시민사회가 기술과학과 결합하는 양상 등을 한국에서의 경험 연구를 통해 밝혀보려고 시도하였다.

3부의 첫 글은, 채오병/배태섭의 생명사회성론의 가능성과 한계이다. 이 글은 앞에서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중 하나로 소개한 폴 래비노우의 생명사회성이론의 유용성을 검토한다. 특히 이 글은 생명사회성 개념에 영감을 받은 서구, 비서구 사회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경험 연구들을 토대로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사회성이 형성될 수 있지만, 그것이 기존의 다양한 사회성 형성의 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리라고 전망한다.

유전학을 중심으로 한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은 인문사회학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 논의 중 하나가 폴 래비노우에 의해 제안된 생명사회성으로서, 그는 새로운 유전학의 발달이 새로운 개인 정체성 및 집단 형성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 글의 목적은 생명사회성 개념에 영감을 받은 경험 연구들을 토대로 이 개념의 유용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우선 이 글은 생명사회성론의 의의와 성과를 정체성의 실천, 자연/문화 이분법 극복, 푸코의 생명 정치 논의의 계승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살펴본다. 다음으로 이 글은 생명사회성론의 한계를 개념의 외연 문제, 포스트 게놈 시대의 도래와 그에 따른 생명사회성 형성의 더딤, 생명사회성 형성의 복합적 요인 및 서구 중심주의, 그리고 생명사회성론의 정치적 함의라는 네 가지 주제로 살펴볼 것이다. 결론에서 이 글은 생명사회성 개념의 유효성이 래비노우가 예상했던 결정론적 세계관 속에서가 아닌, 대단히 제한되고 소박한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생명공학이 낳은 새로운 지식과 그 실천이 근대적 시민권의 변화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3부의 2, 강양구, 채오병의 21세기 생명정치와 시민권의 탄생은 생명공학과 시민권의 상호 작용을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백혈병 환자의 새로운 주체화 과정을 통해서 고찰한다. 한국이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등장한 이런 백혈병 환자의 사례는 생명공학과 시민권의 상호 작용을 개념화하려는 한 시도인 생물학적 시민권 개념의 유용성과 한계를 짚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 이런 맥락화된 생물학적 시민권에 대한 관심은 생명공학과 사회 변동을 둘러싼 경험 연구의 바람직한 방향도 보여준다.

하대청의 광우병 위험과 지구적 생명정치BSE(광우병) 위험의 정의와 평가가 단지 먹을거리 문제가 아니라 초국적 수준에서 정치적 합리성과 권력 장치들이 결합해 나온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 글은 BSE와 관련한 쇠고기 안전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 OIE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이것이 세계무역기구(WTO)와 연계된 특정한 정치적 합리성 아래에서 구성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결론은 쇠고기 안전과 같은 문제를 생활 정치 이슈로 한정해 볼 것이 아니라 지구적 생명정치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광희, 김병수의 랩밴드 수술의 연결망으로 보는 비만 치료의 표준화 과정은 최근 들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비만에 대한 새로운 치료 기술인 랩밴드 수술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 글은 랩밴드 수술이 한국 사회에서 비만 치료의 표준적 방법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의료의 상업화와 같은 단순한 도식으로 정리할 수 없음을 밝히면서, 의사와 환자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연결망을 구성하면서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랩밴드를 매개로 한 생물학적인 것사회적인 것의 혼합체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출간의 의의: 새로운 사회과학의 정립을 위하여

 

 

 

이 책과 <21세기 생명정치 총서>의 출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된 21세기 사회 및 정치 지형의 변화 지형도를 탐색하는 작업의 첫 발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가 생명의 시대이며, 생명이 곧 정치의 주제가 된다는 주장과 명제는 단지 서구 사회에서의 관심사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생명 및 건강과 질병이 전 사회 그리고 전 정치권의 중요 사안으로 대두되곤 한다. 이러할 때, 정치의 생태화, 생태의 정치화라는 국면 변화는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회학의 대상과 방법론 역시 과학기술학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과학기술학에서 나타나 이후 사회과학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생명정치의 주요 내용 중에 행위자 요소를 인간/자연, 생물/사회로 이분하지 않고, 생물적인 것을 사회적인 것으로, 자연적인 것을 인간적으로 환원하지도 않는다. ‘생명정치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요 행위자들과의 결합을 통해 구현된 사물의 정치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브뤼노 라투르의 명제는 곱씹을 만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생명정치에 관한 경험 연구는 아직 생명정치의 토양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구적 자각의 함의를 가질 수 있다. 생명공학은 새로운 지식을 낳았으며, 새로운 실천을 일으켰다. 그 지식과 실천은 근대적 시민권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 진행되었던, 백혈병 환자의 새로운 주체화 과정, 광우병 촛불 집회, 비만 치료의 표준화 과정 등을 통해, ‘생명정치의 일단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