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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과 책/알렙 책 소개

니체와 정도전이 만났다! <안티크리스트> vs <불씨잡변>

 

 

 

 

 

 

<안티크리스트>/니체 저 /박찬국 옮김/아카넷

"나는 그리스도교를 단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와 유사한 종교이면서도 신자수가 훨씬 많은 불교를 부당하게 취급하고 싶지는 않다. 두 종교 모두 허무주의적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불씨잡변>/정도전 저/김병환 역해/아카넷

" 일찍이 내 뜻을 펼칠 기회를 얻어 행하게 되면 부처의 주장을 말끔히 물리쳐버리겠다 "


최근 동서양의 대표적인 종교인 그리스도교와 불교를 비판하고 있는 고전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있다. 아카넷에서 펴낸 니체의 <안티크리스트>와 <불씨잡변>이 바로 그 책이다.

<안티크리스트>는 니체의 최종적인 사상을 담은 결정체로 평가받고 있다.

니체는 죽기 12년 전인 1888년 늦여름과 가을, 자신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펴내는 마지막 저술 작업을 끝냈다. 그러면서 니체는, 그 자신이 한때 ‘모든 가치의 전환’이라는 부제를 붙였을 정도로 평생 시도한 가치전환의 총결산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이 책을 2년 내에 유럽의 주요 언어로 번역하고 대규모로 발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누이동생에 의해 네 군데가 삭제된 상태로 출간되었다. 삭제된 부분은 1955년 니체전집에서 복원되었고, 1969년 고증본에서는 ‘그리스도교 탄압법’이 덧붙여져 출간되었다. 본 한국어판 번역은 이 고증본을 텍스트로 삼았다.

서양의 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과 서양철학에 대한 신랄하지만 섬세한 비판
- 정확한 번역과 친절하고 풍부한 주석이 가미되어 니체 사상의 초보자도 접근 쉬어


‘안티크리스트’에서 가치전환의 총결산을 행하고 있다고 생각한 니체는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플라톤 이래 헤겔과 쇼펜하우어 그리고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등의 사조에 이르는 서양철학도 통렬한 비판의 대상에 올렸다. 니체에게 그리스도교는 서양철학의 역사 전체와 분리된 특별한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는 책은 많았지만, 그 비판의 폭과 철저함 그리고 신랄함과 격렬함에서 니체의 그리스도교 비판을 따라올 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이 책에서 그리스도교 비판을 넘어서 플라톤에서 칸트와 독일관념론을 거쳐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무정부주의에 이르는, 이른바 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 전체를 비판한다. 저명한 가톨릭 신학자인 한스 큉에 따르면 이러한 니체의 비판은 포이어바흐나 마르크스의 그리스도교 비판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하고 철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옮긴이는 니체의 비판과 분석이 얼마나 섬세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 예수의 진정한 이념과 제도화된 그리스도교 교설의 차이, 불교와 예수의 이념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교설 각각이 비롯되는 궁극적인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생리학적 심리학적 기반의 차이에 대한 니체의 후각은 예민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옮긴이는 해제를 통해서 ‘안티크리스트’의 성격과 의의, 출간 배경과 구성, 그리고 니체가 보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를 비롯해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비교 등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불씨잡변>은 동아시아의 불교 비판서 가운데 가장 정연한 논리와 주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6번째로 나온 『불씨잡변』은 1398년, 삼봉 정도전이 죽기 몇 달 전에 저술한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불교의 인과설, 윤회설, 화복설, 지옥설 등 불교의 대표적 이론과 인간의 마음[心]과 본성[性]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유학의 입장에서 비판한 내용이 핵심이다.
『불씨잡변』은 정도전의 작품을 수록한 『삼봉집』 9, 10권에 『심기리(心氣理)』, 『심문천답(心問天答)』과 함께 실려 있으며 『조선경국전』과 함께 조선 건국의 사상적 기초를 닦은 작품이다. 삼봉 스스로 후대 사람들로 하여금 불교의 허망함을 깨닫도록 할 수 있다면, 죽어도 마음이 놓인다고 했을 정도로 삼봉 필생의 ‘척불론’ 사상을 담았다.

도교와 불교를 비판하고 유학의 이론적 우위를 강조

정도전은 조선 창건의 정치적 주역이자 조선이라는 새로운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데 필요한 여러 제도를 직접 만들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다수의 저서를 편찬한 사상가였다. 경복궁을 비롯한 각 성문의 이름과 한성부의 5부 52방의 이름을 유학적으로 작명하고 유교적 덕목이나 가치로 한양의 새로운 건물에 각종 상징을 부여함으로써 한양을 유교적 이상을 품은 신흥 국가의 수도로 변모시켰다. 그 흔적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신흥 국가의 사상과 문화의 밑그림을 그리고자 『심기리』에서 보듯이 불교와 도가 사상을 유가의 이치[理]라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통섭을 시도했는데, 『불씨잡변』은 바로 이러한 통섭의 관점이 배어 있다.

금세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종교인 그리스도교와 불교를 19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불리는 니체와 조선을 건국하고 그 사상적 초석을 놓았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정도전이 냉철한 시각으로 맹렬히 비판한 이 두 책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